대법원 朴 직권남용 판단 합의
사실상 1, 2심처럼 유죄 전망
수감 千日 계기 성탄절 사면설
朴 탄핵은 되돌릴 수 없는 과거
광장 배후에 분노하는 에너지
현재·미래 권력 감시에 쏟아야
“참수형에 처하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는 이미 광장의 재판이 이뤄졌고, 정치적으로 보면 참수형 판결이 내려졌다는 사실에는 대체로 이견이 없어 보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도 지난 20일 핵심 법리인 직권남용의 판단과 해석을 놓고 견해를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농단과 적폐청산, 사법농단 재판에서 ‘공무원이 권한을 넘어 누군가에게 의무가 없는 일을 시키는’ 형법 제123조의 직권남용 적용 범위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최근 고개를 들고 있지만, 태극기 집회 참석자들의 기대나 희망과 다르게 이변은 없을 것이다. 어차피 김명수 대법원장을 포함한 14명의 대법관 가운데 9명은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왼쪽으로 기울어 있는 진보 진영 인사들 아닌가. 그중 5명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국제인권법연구회,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 31일 구속됐다. 오는 12월 25일 성탄절이면 정확하게 수감 1000일이 된다. 당초 직권남용과 뇌물수수 등 재판에 걸린 혐의만 18개였다. 항간에서는 성탄절 특사론이 흘러나온다. 대법원 상고심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이르면 7월 말 늦어도 8월 초에 1·2심처럼 25년 안팎의 유죄 판결이 나오고, 문 대통령이 화합과 통합을 강조하면서 인심 쓰듯이 사면에 나설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그 안에는 내년 총선을 겨냥해 야권에서 친박(친박근혜) vs 반박(반박근혜)의 대립을 유도하고, 수인번호 503 죄수인 박 전 대통령을 이용해 내분을 이끌어 자유한국당을 국민으로부터 정나미가 떨어지게 만들자는 노림수가 담겨 있다. 최대의 정치적 반대급부는 더불어민주당에 돌아가고 총선에서도 압승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박 전 대통령을 감옥에서 풀어줘야 한다. 내년 4월 15일 치러질 21대 총선을 앞둔 성탄절은 누가 봐도 최적의 타이밍이다. 죽은 자를 이용해 산 자의 배를 불리는 카니발리즘, 끔찍한 식인(食人) 정치다. 누가 판을 짜는지는 몰라도 사실이라면 추악한 정치적 음모다.
박정희의 장녀로 은둔의 세월을 딛고 화려하게 재기에 성공해 청와대 권좌에 오르고 공주처럼 모심을 받았던 그의 몰락은 어딘지 프랑스 부르봉 왕조의 마지막 왕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의 삶과 닮았다. 루이 16세와 박 전 대통령, 둘은 특권적 세계의 질서 속에서 살았다. 박 전 대통령은 관행으로 여기고 받아 썼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가 죄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을 하지 못했고, 대기업 집단에 대한 재단 출연 요구가 자신의 목을 조르는 부정 청탁이라는 법률적 인식도 부족했다. 과거엔 사실상 죄가 되지 않았던 공천 개입 역시 마찬가지다. 둘은 새로운 질서가 드러나는 시점에 낡은 제도의 틀을 붙잡으면서 경직된 배타주의로 일관하다가 권좌에서 내몰렸다. 일부 구시대 엘리트 특권계급과 떠오른 신 세력의 결탁으로 비참한 최후를 맞은 점도 비슷하다.
오해와 편견일 뿐 사치스럽지도 않았다. 앙투아네트를 따르던 궁녀장 랑발르 공작부인은 청와대에서 ‘최 회장’이라고 불렸던 최순실을 떠올리게 한다. 알베르 소불의 프랑스 혁명사를 보면 1792년 분노한 군중에 의해 탕플 탑에 갇혔던 앙투아네트는 9월 학살에서 랑발르 공작부인의 머리가 잘리고, 신체가 유린된 채 거리에 나뒹굴었다는 소식을 듣고 소스라친다. 앙투아네트가 거리에서 굶주린 아이들을 보고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라”고 말한 것도 악의에 찬 왜곡이라는 시각이 있다. “저 아이들에게 브리오슈(프랑스 전통 빵)를 주세요”라고 언급했다는 것이다. 기록도 없고 사람도 갔으니 진실이 무엇인지 알기는 어렵다.
탄핵은 이미 과거가 됐다. 지금도 우리공화당과 ‘태극기 부대’ 등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광화문에서, 서울구치소 앞에서 탄핵 무효를 외치지만 되돌릴 수는 없다. 탄핵을 유발한 ‘광장의 분노’ 배후에 비(非)진실이 난무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박 전 대통령의 무한 책임이 면해지는 것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현재와 미래의 집권세력에 대해 같은 기준으로 감시하고 심판하는 일이다. 어느 방향으로든 박 전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총선 전략과 맞물린 ‘성탄절 사면론’ 같은 정치적 노림수는 더욱 그렇다. 아울러, 대법원 판결은 정치와 코드에 휘둘리지 말고 오직 법리와 사실에만 기초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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