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 7월 27일 휴전으로 포성은 멈췄지만 6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쟁 피해와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 6·25전쟁 참전 국군포로 문제는 대표적인 사례의 하나다. 이런 상황에서 국군포로에게 가해진 불법행위에 대한 민사소송이 국내에서 처음 시작돼 이목을 끌고 있다.
휴전이 됐는데도 돌아오지 못하고 3년 남짓한 기간에 북한 내무성 건설대에 배속돼 노동력 착취를 당한 국군포로 2명이 2016년 10월 북한 정권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올해 5월 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변론준비기일 통지서를 보내면서 지난 21일 마침내 소송이 열린 것이다. 소장 접수 후 2년8개월 만의 일이었다.
원고의 한 사람인 국군포로 한재복(85세) 씨는 “자강도 칠평 인민관 수용소에서 지내다 휴전과 동시에 평안남도 강동군으로 보내져 1953년 9월부터 1956년 6월까지 33개월 간 내무성 건설대 1709부대에 소속돼 탄광에서 노예와 같은 채굴 생활을 했다”고 밝혔다. 다른 원고 노사홍(90세) 씨나 현재 탈북해 대한민국에 있는 국군포로 26명도 햇수와 장소만 다를 뿐 사정은 비슷하다. 원고 측은 미지급 임금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금액과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입은 위자료를 포함해 각각 1억6800만 원을 피고 측에 청구한 것으로 알려진다.
국군포로의 강제노역 동원은 휴전 후 불법 억류, 곧 국제형사재판소(ICC) 규정 제7조 1항 마호의 ‘국제법의 근본 원칙을 위반한 구금 또는 신체적 자유의 심각한 박탈’ 또는 같은 규정 제8조 2항 가호의 ‘불법 감금’ 때문에 가능했다. 반(反)인도범죄 또는 전쟁범죄의 산물이었던 것이다. 포로의 대우에 관한 제네바협약 제53조와 제62조에 따르면, 포로의 노동은 과도해선 안 되며, 억류 당국은 공정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또, 자유권 규약 제8조와 사회권 규약 제7조는 강제노동 금지와 더불어 노동의 대가로 적정한 보수를 받을 개인의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즉, 노동력(임금) 착취는 허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북한은 노예처럼 부리며 혹사시켰음에도 적절한 보수를 지급하지 않았다. 이는 노예제 금지의 국제관습법과 강제노동 폐지를 규정한 국제노동기구 제29호 조약에 저촉되는 반인권적 처사다. 따라서 북한은 불법행위에 대해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이젠 국내외적 여건도 충분히 성숙됐다.
북한에 억류돼 고문 끝에 사망한 오토 웜비어의 부모는 미국에서 북한 정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법원으로부터 5억 달러의 손해배상액을 인정받았다. 이에 미국 내 북한 재산과 외국에 정박 중인 북한 소유 선박 등이 압류된 바 있다. 한국 대법원도 2018년 10월에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 판결을 내렸고, 해당 지방법원은 판결 이행을 거부하는 일본 전범기업 신일철주금의 국내 보유 주식에 대한 압류신청을 받아들였다. 이 같은 사례는 이 사건에서 원고의 승소 가능성을 높여주는 선례로 작용할 것이다. 원고 측 대리인들은 피해 구제와 관련해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이 국내 방송·출판사 등으로부터 받아 법원에 공탁한 북한 저작권료(약 16억5000만 원)의 가압류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소송은 불법 억류된 수많은 국군포로의 희생을 사법적으로 인정받고 치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북한 정권에 6·25전쟁과 인권유린에 대한 책임을 묻는 의미도 있다. 모쪼록 국군포로 문제에서 6·25 불법 잔재의 청산이 실현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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