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은 일자리 3000만개 날리고
美 경기위축·인플레이션 올것
향후 기술개발도 장기 악영향
협상실패땐 탈세계화·불황 등
세계 경제 회오리 휩싸일수도
미국·유럽·중화권 분리 가능성
26일 ‘문화미래리포트(MFR) 2019- 차이나 파워와 한반도’의 제2세션(미·중 무역·기술분쟁)에서 강연자들은 일제히 미·중 무역분쟁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도, 그 결과에 대해서는 모두 비관적인 견해를 보였다. 미국과 중국의 강연자들은 마치 양국을 대표하듯 미·중 무역분쟁에 대한 날카로운 견해를 청중에게 쏟아냈다.
웨이샤오쥔(魏少軍) 칭화(淸華)대 교수는 미·중 무역분쟁으로 ‘관세 전쟁’이 계속 이어질 경우 중국은 약 3000만 개의 일자리를 잃고, 미국도 공급 축소에 따른 경기 위축과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발생해 양국 모두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웨이 교수는 “최근 중국과 미국의 무역분쟁은 기술 분야까지 확산되고 있다”며 “이는 기술 공동체의 절대 대수가 예측했던 바를 훨씬 뛰어넘는 전개로 이 영향이 향후 10년, 혹은 그 이상의 기간에 걸쳐 세계 기술 개발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세계 각국의 기술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실증적으로 제시했다. 그는 “2000년 이후 인터넷 모바일 기술이라는 점으로 세계가 통일되면서, 통신뿐 아니라 각국의 국내총생산(GDP)이 급속도로 성장했다”며 “2002년부터 급상승하게 되는데, 이는 바로 기술표준이 통일돼 물류와 통신 등 모든 것이 수월하게 통합되면서 세계 모든 사람이 기술들을 공히 사용할 수 있게 되고 그 결과 전 세계 국가 GDP가 성장하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만큼 세계 각국의 협력이 필요하며, 미·중 무역분쟁도 하루 속히 해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웨이 교수는 미·중 무역분쟁 해결에 대해서는 비관적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번 분쟁의 결과는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양국이 모두 ‘윈-윈’하는 방법과 양국 모두 패배하는 ‘루즈-루즈’ 방법”이라며 “진정으로 ‘윈-윈’의 결과를 원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번 분쟁은 양국 모두 패배하는 쪽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웨이 교수는 미·중 무역분쟁 협상이 실패로 끝날 경우 양국에 불어닥칠 경제적 위기는 그야말로 “끔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무역분쟁으로 관세 전쟁이 계속 이어질 경우 중국에서는 무려 30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고, 미국에서도 (공급 부족에 따른) 경기침체와 그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며 “이는 양국 모두에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웨이 교수는 “무엇보다, 협상 실패에 따른 디커플링(탈동조화) 효과로 세계 경제는 급격한 ‘탈세계화’와 ‘불황’에 휩싸일 것”이라며 “과거 기술표준의 분화에서 볼 수 있었던 것처럼 세계 경제가 미국권과 유럽권, 중화권 등 3개 스탠더드로 분리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오빌 셸 아시아소사이어티 미·중관계센터장도 미·중 무역분쟁에 대해 비관적인 견해를 보였다. 그는 중국이 전제주의적 정책에서 벗어나 민주화와 경제개혁 정책을 펼 때만 다시 양국의 화해·협력이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셸 센터장은 ‘무역 전쟁, 남중국해 마찰, 그리고 가치 충돌: 미국-중국 간 ‘관여(Engagement)’의 시대는 끝났는가’를 주제로 강연하면서 “50년 이상 관련 연구에 천착해 온 사람으로서 향후 미·중 관계에 대해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며 “관여라는 개념에서 양국 관계의 역사를 볼 때, 그리스 비극처럼 종말에 다다르고 있는 게 보인다”고 말했다.
셸 센터장에 따르면 1972년 리처드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과 헨리 키신저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를 만났을 때는 소련에 대한 우려·두려움이라는 공통의 이해관계가 있었다. 1979년 지미 카터 대통령이 당시 중국의 최고 권력자인 덩샤오핑(鄧小平)을 미국에 초청했을 때는 덩샤오핑의 강력한 개혁 정책을 지켜본 미국 사회에 ‘중국은 변할 것이고,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결국엔) 양쪽이 수렴할 것’이란 정서가 퍼져 있었다.
미국은 1989년 톈안먼(天安門) 대학살 사건 이후에도 중국에 대한 관여 정책을 유지하려 했다. 셸 센터장은 “1998년 빌 클린턴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는 장쩌민(江澤民) 주석과 놀라울 정도로 우호적인 대화를 나눴고, 그게 중국 전역에 방송됐다”며 “클린턴 정부 시기 미국은 교역관계에서 중국에 최혜국 대우를 해줬고, 2001년 중국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과정에서 ‘촉진자’ 역할까지 했다”고 말했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동력은 중국에서 개혁이 계속 추진되고 있고, 점진적으로 변화해 더 개방된 시장과 열린 정치제도를 유지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셀 센터장의 분석이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다. 셸 센터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관계가) 공정경쟁의 장이 아니란 걸 인식했다”며 “무역전쟁은 점점 더 커지고 있고, 이것은 화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집권과 동시에 (중국의) 개혁은 끝났고, 관여 정책의 근거도 없어졌다”며 “화해를 위해서는 (중국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의 사회로 진행된 두 연사의 토론에서는 화웨이로 대표되는 미·중 간 정보 전쟁에 대한 이슈가 뜨겁게 다뤄졌다. 김 전 본부장이 화웨이가 만드는 장비가 백도어(back door·이용자의 정보가 무단으로 다른 서버로 유출되는 것)를 심어 군사 기밀 유출 등 미국 안보에 악영향을 준다는 의혹이 있다고 질문하자, 웨이 교수는 “화웨이는 제조업체로, 제가 알기로는 백도어를 심거나 시스템 차원에서 백도어를 설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하드웨어를 제조할 때 백도어를 몰래 만들면 증거를 분명히 볼 수 있어 설계자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임대환·김성훈·박정민·권도경 기자 hwan9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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