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5일 강원도 삼척항에 귀순한 북한 어선 사건과 관련, 언론이 연일 후속 보도를 하고 있다. 제2연평해전의 악몽에 시달렸던 필자에게 이번 북한 어선 귀순 사건은 그 느낌이 남다르다.
제2연평해전은 2002년 한·일월드컵 축구 경기가 막바지이던 6월 29일 한국이 터키와 3, 4위전 경기가 있던 날 오전에 연평도 서쪽 북방한계선(NLL)상에서 북한 경비정의 선제 기습공격으로 벌어진 해상 전투다. 해전 발발 9일 전인 6월 20일, 북한 괴선박(어선과 전마선 ) 3척이 어선을 가장해 NLL을 깊숙이 침범해 우리 해군의 경계태세를 정탐했다. 해군 고속정이 나포하려고 하자 어부 10여 명이 도끼와 칼로 격렬하게 저항했다. 우리 해군이 총격이나 포격을 가하며 나포하진 않을 것임을 사전에 알지 않고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결국, 나포해 심문도 하지 못한 채 정부의 지시에 따라 바로 그날 NLL상에서 북으로 송환하고 말았다.
그런데 이번에도 귀순 어부 4명 중 2명을 심문도 철저히 하지 않고 북으로 돌려보냈다. 귀순 의사가 없더라도 우리 영해를 침범한 이상 심문은 철저히 했어야 했다. 그리고 일주일 동안의 고단한 항해였는데도 그들의 옷차림 등 행색이 멀쩡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많다. 동영상을 보면, 우리 해경이 어선에 올라가 심문하는데 그들은 겁을 먹긴커녕 오히려 태연하고 냉소적이었다. 우리 군·경이 그들을 함부로 다루지 못할 것임을 알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이렇듯 이번 북한 어선 사건은 제2연평해전의 괴선박 상황과 닮았다.
그리고 북한 어선의 귀순 과정에서 우리 군의 경계 태세가 해이해져 있음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들은 필요한 내용을 정탐하고 돌아갔을 것이다. 앞으로 동해상에서 무슨 사건이 벌어질지 모른다. 그런데 단순한 어선 귀순 사건이라면 왜 국방부가 국민에게 허위 보고를 하고, 청와대 대변인이 나서서 국방부를 옹호하는가? 게다가, 청와대 소통수석까지 가세해 해명하는가. 소통수석은 군통수권 계통선에 있지도 않다.
제2연평해전 10일 전인 2002년 6월 19일에도 국방부가 자청해 기자회견을 했다. 북한 경비정의 NLL 침범과 관련해 서해 NLL은 평온하다고 거짓말한 것과 이번 국방부의 거짓말은 닮은꼴이다. 그 엿새 전이던 6월 13일에 이미 “해안포 발포 준비 중이니 긴장할 것”이라는 결정적인 도발 정보를 우리 5679 대북감청부대로부터 보고받고도 거짓말로 군과 국민을 속인 것이다. 또한, 그로부터 2주일 뒤인 27일에는 ‘발포 명령만 내리면 바로 발포하겠음’이라는 북한의 결정적인 도발 정보를 국방부가 의도적으로 깔아뭉개고 해군에 전하지도 않았다. 해군은 이러한 국방부의 발표를 철석같이 믿고 200m까지 차단기동에 나섰다. 그런데 북한 경비정의 계획된 선제 기습공격을 받아 장병 6명이 전사하고 18명이 부상했으며, 고속정 1척이 침몰했다. 피해가 막심했다.
또한, 해전의 성격이 북한 경비정의 ‘우발적 단독 행위’이며 ‘아랫사람끼리 한 짓’이라며 초기에는 북한에 면죄부를 줬으나, 미군 측의 항의로 국방부는 나중에 마지못해 최소 8전대사령부까지 관여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시간을 가지고 해전 당일 북한군의 교신 내용을 분석한 결과, 황해도 소재 신천중계소가 해전 상황을 중계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해군사령부가 관여됐다는 증거다.
6월은 6·25전쟁과 제1, 2 연평해전이 발발한 잔인한 달이다. 이번 어선 귀순 사건을 계기로 동해상의 경계 태세를 더욱더 강화해야 한다. 또한, 성동격서(聲東擊西)일 수도 있는 만큼 서해 NLL 수호에도 빈틈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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