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 ‘K-콘텐츠’의 미래는?
소설·영화 등 시리즈 나오면서
자연스레 ‘하나의 세계관’ 구축
인류애적 메시지 보내는 BTS
쌍둥이 개념 도입한 SM ‘엑소’
음악 콘텐츠에도 스토리 담아
웹툰회사 와이랩 ‘슈퍼스트링’
12명 캐릭터 크로스오버 등장
드라마·영화 등으로 무한확장
◇지금은 세계관이 지배하는 시대
세계관은 세계를 어떻게 볼 것이냐 하는 인간의 기본적 태도에 관한 것이다. 독일어 ‘벨트안샤웅(Weltanschauung)’에서 비롯했다. 영어로는 ‘월드 뷰(World View)’로 해석된다. 종교·철학에서 출발해 19세기를 거치면서 세계상이나 삶의 방식을 포괄하는 의미로 확대됐다.
철학적 세계관이 문화 콘텐츠의 내재적 세계관으로 적용된 것은 20세기 말부터다. 소설과 만화, 드라마와 영화가 시리즈 형태로 규모가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통일적인 스토리텔링을 요구하게 됐고, ‘가상현실’을 기반으로 이야기를 펼치는 게임에 이르러 독창적인 세계관의 구축이 절대적으로 필요해졌다. 여기서부터 세계관은 철학적 관점이라기보다는 어떤 콘텐츠가 구축한 가상의 세계, 가상의 공간을 지칭하는 말이 됐다.
이때 등장한 게 마블 스튜디오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다. 마블 스튜디오가 원작 만화에 근거해 만든 영화 시리즈와 그 안의 이야기를 뜻한다. MCU는 작품의 구성과 설정, 캐릭터를 공유하며 작품마다 복선이 깔린 게 특징이다.
MCU에 이르러 ‘유니버스’가 가상의 세계와 세계관을 뜻하는 용어로 굳어졌지만 이전에도 세계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소설가 제레미 톨킨의 원작에 기반한 영화 ‘반지의 제왕’,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 방탄소년단의 ‘러브 유어셀프’ 캠페인 등에는 독창적인 세계관이 자리 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마블처럼 하나의 세계관으로 묶이는 작품들의 장점은 2차 창작이 가능하고 지식재산권(IP)의 확장성이 좋은 것”이라며 “글로벌 미디어 환경에서 세계관의 형성은 매력적인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음악에도 깃든 세계관… 엑소·NCT의 동영상
드라마, 영화 등 서사가 있는 콘텐츠뿐 아니라 K-팝에도 세계관은 예외 없이 스며들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캠페인에서 볼 수 있듯이 K-팝이 유독 전 세계 팬들의 지지를 받는 이유 중 하나도 방탄소년단만이 지닌 인류애적 메시지 덕분인지도 모른다.
국내 최대 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는 오래전부터 문화기술(CT)이라는 관점에서 세계관을 그룹 활동의 원천으로 활용해왔다. 방탄소년단보다 1년 먼저 데뷔한 엑소(EXO)가 그 예다. SM은 엑소가 데뷔하기 전 ‘생명의 나무’라는 영상을 만들었다. 12명으로 구성된 팀이 각 6명씩 2개의 팀으로 나뉘어 한국과 중국에서 활동하는 방식을 하나의 생명의 나무에서 출발한 2개의 그룹으로 설명했다. 별개의 두 팀이 될 수도 있는데 굳이 ‘쌍둥이’ 개념을 도입한 것은 하나의 음악을 2개의 언어로 동시에 발매한다는 정체성을 구현하기 위해서였다. SM에선 연간 1만 곡 이상이 검토되는데 그중 히트하는 곡은 5곡 미만인 것이 현실. 가장 좋은 1곡을 2개의 팀이 공유하는 것이 확률이 높은 게임이었고, 이를 엑소 세계관의 출발로 삼은 것이다.
엑소를 잇는 SM의 차세대 그룹 NCT127도 ‘하나의 꿈’이라는 세계관을 반영한 내부 열람용 뮤직비디오가 있다. 이 영상에는 주인공 누크가 등장한다. 누크는 자신만의 꿈을 꾼다. 그리고 그 꿈을 공유한다. 멤버 수나 활동 형태에 제한을 두지 않는 ‘무정형’의 NCT가 현실에서는 자유롭게 활동하지만 꿈의 공간에 들어가면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하나로 모이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오감과 육감을 초월하는 일곱 번째 감각이 따라붙는다. NCT의 음악을 통해 일곱 번째 감각이 깨어난다는 뜻이다. 이성수 SM 프로듀싱 본부장은 “NCT가 엑소보다 콘셉트가 어려워지면서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자꾸 인문학을 공부하게 된다”면서 “스토리가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느껴지게 하는 것이 콘텐츠 산업의 어렵고도 즐거운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형 마블 세계관의 탄생은 가능할까
그렇다면 우리에게도 마블 스튜디오처럼 전 세계를 뒤흔들 세계관의 탄생이 가능할까.
최근 몇몇 창작자 사이에서 의미 있는 시도가 펼쳐지고 있다. 오리지널 웹툰에서 시작해 이를 드라마나 영화로 확장하는 방식이다.
웹툰 회사인 와이랩의 ‘슈퍼 스트링(Super String)’은 아예 처음부터 세계관을 설정하고 그에 맞춰 이야기를 펼쳐가는 프로젝트다. 마블 세계관이 처음부터 그렇게 한 것이 아니라 나중에 ‘후천적’으로 모인 것임을 감안하면, 꽤 과감하고 도발적인 시도다. 미래의 어느 날 목성이 태양계 궤도를 이탈해 지구에 다가오면서 인류가 멸망할 위기에 처한다. 다양한 생존법이 거론되는 가운데 현대물리학의 한 이론인 ‘초끈(슈퍼 스트링) 이론’을 통해 인류를 다른 세계로 이주시키는 프로젝트가 추진된다. 그러나 프로젝트는 빗나가고, 오히려 다른 세계에 있던 ‘악’이 지구로 몰려들면서 악과 영웅들의 전쟁이 펼쳐진다.
2015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이 프로젝트가 처음 공개됐다. 와이랩은 지난 4년간 이를 발전시켜 12개의 웹툰으로 창작했다. 이 작품들은 모두 독립돼 있지만 동시에 캐릭터들이 크로스오버로 등장하는 방식으로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와이랩은 캐릭터와 작품을 더 확장하고, 기존의 작품 중 ‘부활남’과 ‘아일랜드’를 각각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할 계획이다. ‘부활남’은 용필름이 현재 시나리오 작업 중이다. 내년에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와이랩의 오세정 팀장은 “마블이 남성 중심적이고, 히어로들의 액션과 판타지에 국한한, 서구적 세계관에 기반하고 있다면 ‘슈퍼스트링’은 남성과 여성의 균형이 있고, 액션과 판타지는 물론 로맨스와 호러까지 포함한 아시아적 세계관을 근거로 한다”면서 “작품이 여러 매체를 통해 다시 창작되더라도 통일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파트너십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인구·김구철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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