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청구서 일단 순연

文 “美의 印·태평양전략 협조”
미·중 패권경쟁에 대비한 듯


30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반(反) 화웨이 캠페인 동참’·‘방위비 분담금 인상’ 등 줄줄이 청구서를 내밀 것으로 예상됐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판문점 미·북 정상회담에 집중하면서 일단 한국에 대한 압박을 뒤로 미뤘다.

트럼프발(發) 청구서가 일단 순연된 셈으로, 문재인 대통령도 트럼프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처음으로 밝히면서 향후 미·중 패권 경쟁에 대비하는 듯한 모습이 감지됐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총 98분간 청와대에서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북 대화 재개에 초점을 맞췄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자신의 취임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이 성사됐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트를 올려 판문점 미·북 정상회담이 성사되면서 여기에 ‘올인’, 이전까지 청와대와 외교부가 긴장에 긴장을 거듭해야 했던 동맹 현안 논의가 한 차례 순연된 셈이다.

그간 외교가 안팎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에 반 화웨이 캠페인에 동참하라고 요구하거나, 방위비 분담금 인상과 더불어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아시아·태평양 전략인 인도·태평양 전략에 협력하라며 압박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아직 내년도 분담금 협상이 시작되지 않은 방위비 분담금 문제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큰 폭의 인상안을 내밀 가능성도 있었다는 관측이 우세했었다. 하지만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언제든지 다시 미국이 압박 카드를 꺼내 들 것이라는 전망도 여전하다. 문재인 정부가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협조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도 이를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지역·글로벌 이슈에서도 한미 양국은 동맹국으로 갈 것”이라며 “우리는 한국의 신 남방정책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정책 간 조화로운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처음 밝혔다. 앞서 청와대는 2017년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방한한 직후에는 인도·태평양 전략과 관련해 “우리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
김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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