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국가에서 교육을 통한 국민의 능력과 자질의 향상은 그 나라의 번영과 발전의 토대가 된다. 교육을 통한 개인의 능력과 자질 향상은 바로 그 개인의 자유와 행복의 필요조건이자 개인이 민주공화국의 국민이 될 충분조건이 된다. 이것이, 헌법이 교육을 국가의 중요한 과제로 규정하고 교육 법정주의를 채택한 이유다.
교육기본법 제6조는 ‘교육은 정치적· 파당적 또는 개인적 편견을 전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어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부모는 자신의 인생관·사회관·교육관에 따라 자녀의 교육을 자유롭게 형성할 권리, 즉 자녀교육권을 가지므로 국가의 간섭에 의해 가족이 평준화되거나 이념화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따라서 이런 교육을 위해서는 우선 교육용 교과서, 특히 사회나 역사를 가르치는 교과서는 진실하고 오류가 없어야 한다. 정치적이고 파당적인 편견투성이 교과서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개인의 영혼과 국가의 미래를 망치는 지름길이다.
교육부가 초등 국정교과서를 저자의 동의 없이 무단수정한 범죄행위가 검찰의 수사와 기소로 드러났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3일 만에 행정명령 제2호로 국정역사교과서를 폐지하자 김상곤 교육부 장관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를 발족하는 등 박근혜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작업을 ‘적폐’로 몰아세웠다. 그리고 박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권력이 역사를 독점하려 한 불법적 사태’로 요약되는 백서까지 발간했다. 그런데도 유은혜 장관은 교과서 무단 수정이 아니라 ‘박 정부의 잘못을 바로잡은 것’이므로 정당하다고 강변했다.
교과서를 검정으로 발행할 것인지, 아니면 국정으로 발행할 것인지의 문제는 교과서의 발행 체제의 문제다. 이 교과서의 발행 체제에 대해서는 초·중등교육법이 대통령의 결단에 맡기고 있다. 그러나 발행 체제가 아닌 교과서의 내용은 교육의 전문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된 교육과정개편에 따라야 한다. 정치인 출신 장관의 입김에 따라 교과서의 내용이 낚싯대처럼 휘청거릴 수는 없다.
교과서 무단 수정과 정치적 편향성에 분노한 학부모들이 수업 거부로 맞설 태세를 보이고 있다. 현 여당을 비롯한 집권세력이 과거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거침없이 매몰차게 공격할 때 박수를 치고 지지를 했던 국민은 이제 그 모든 것이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국정화 반대 쇼’에 불과했음을 깨닫게 됐다.
국정교과서는, 저작 권리는 국가의 소유물이라고 할지라도 그 저작된 국정교과서의 내용을 수정하려면 저자의 동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런데 교육부는 그 절차를 합법으로 위장한 새로운 ‘쇼’를 개막했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 것은 물론 교과서 저자의 저작물을 개작하기 위해 정치적 성향의 인물들로 채운 비상기구를 만들어 교과서를 수정하고도 그 사실을 교과서에 표시하지 않았다. 이러한 밀행적(密行的) 교육행정은 교육을 정치적으로 타락시켜 정치적·당파적으로 이용하려는 것과 다름없다. 교육을 ‘쇼’로 전락시킨 당국자들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져야 마땅하다.
국가가 자녀의 교육을 부모 대신 맡아서 하는 의무교육일수록 더욱더 정치적 중립성이 지켜져야 한다. 그런데 감수성 예민한 유년기의 초등학생들에게 교과서가 아닌 정권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정치 홍보물’이 배포됐다. 한 세대를 망친 이 책임은 과연 누가 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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