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승언, 어떤 이미지, 320×650㎝, 면사 합성사 염료, 2018
차승언, 어떤 이미지, 320×650㎝, 면사 합성사 염료, 2018
불가에서 수행(修行)을 많이 한 고승은 사리를 남기고, 예술에서 수행을 많이 한 작가는 주옥같은 작품을 남긴다. 비유가 적절한지는 모르지만, 수행이 종교에만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작가가 좋은 작품을 위해 지난한 과정을 겪는데, 이것의 가치를 중시하는 작가들이 더러 있다.

차승언은 직조 작가다. 회화의 관점에서 보면 캔버스를 직접 짜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보통의 화가처럼 그림을 그리기 위해 캔버스를 짜는 것은 아니다. 짜는 행위 안에 그리기가 들어 있는 것이다.

직조 후 간혹 염료나 안료로 직접 페인팅을 하는 경우도 없지는 않지만, 보통은 직조로 완성된다.

직조라는 오랜 수행과의 상관성 여부는 확실치 않지만, 절제와 관조의 미를 선호한다. 드문드문한 갈필이 말해주는 미래파적 속도감, 그러면서도 시침이나 분침처럼 보이지 않게 침윤해가는 발묵의 하모니. 씨실과 날실의 교차 속에 픽셀들을 헤아리면서 일군 화면은 노동의 집약이 아니라 혼의 집약이다. 수행으로 이뤄진 결정체 말이다.

이재언 미술평론가·인천 아트플랫폼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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