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회경 경제산업부 차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29일 주요 20개국(G20) 회의가 열린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만나 무역협상을 재개키로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간 정상회담은 미·중 무역전쟁 향방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폭발적인 관심 속에서 진행됐다. 미국은 2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미국은 이에 더해 3250억 달러 규모 수입품에도 동일 관세율(25%) 적용을 추진했는데 이날 정상회담으로 두 나라는 파국을 피해 당분간 ‘휴전’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중국 신화(新華)통신도 “무역 전쟁 휴전을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협상이 재개되더라도 순항을 장담하긴 힘들다. 잠시 숨을 돌렸다 뿐이지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이 지난해 9월 2000억 달러 규모 수입품에 대해 10% 관세를 부과한 뒤 협상에 들어갔지만, 협상이 결렬되자 바로 25% 상향 조정한 것과 같은 일이 또다시 전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중국에 대한 미국 조야의 반감은 극에 달해 있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문화미래리포트(MFR) 2019’에서 이를 생생히 확인할 수 있었다. 연사로 참가한 오빌 셸 아시아소사이어티 미·중관계센터장은 “지난 50년 동안 미국은 중국의 개혁과 변화를 유인하기 위해 노력해왔으나 시 주석 집권과 동시에 중국 개혁은 끝났고 관여 정책의 근거도 없어졌다”고 말했다. 밍싱페이 클레어몬트 매케나대 교수도 “아마도 3∼5년 뒤에 미·중 패권 경쟁이 최고조에 이르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비관적으로 내다봤다.

한국은 미·중 패권 경쟁의 최대 피해국 중 한 곳으로 지목되고 있다. 더욱이 최근 미·중 패권 경쟁이 수입품 관세 부과에서 화웨이 등 중국 기술 기업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견제를 주로 하는 기술 경쟁, 북한·대만·남중국해 등 지정학적 갈등으로 점점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어서 피해 규모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시 주석의 지난달 북한 깜짝 방북을 통해 북한 핵·미사일 문제가 미·중 패권 경쟁의 핵심 고리 가운데 하나로 급부상했다는 것이다. 시 주석은 북한 노동신문 기고문에서 “앞으로 국제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북·중 관계를 더욱 공고히 발전시키겠다”며 북·중 밀월 관계를 과시했다.

미국은 지난달 29일 중국과의 무역협상 재개 합의, 30일 판문점 미·북 정상회담 등 중국, 북한 등에 유화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불과 하루 전 미국 상원에선 북한과 ‘일상적인’ 금융 거래를 하는 모든 개인이나 금융기관에 세컨더리보이콧을 가하는 일명 ‘오토 웜비어 대북 은행업무 제재 법안’을 통과시켰다. 북한과 함께 주로 중국 금융회사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 법무부는 ‘애국법’을 근거로 자오퉁(交通)은행 등 중국의 대형 은행 3곳에 소환장을 발부하기도 했다. 이들은 대북 제재 대상인 북한 조선무역은행을 위해 1억 달러 이상을 돈세탁해준 것으로 알려진 홍콩 유령회사와 거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반감이 큰 데다 상황이 워낙 복잡해 당장 미·중 무역전쟁이 해소될 것처럼, 바로 한반도에 평화가 깃들 것처럼 호들갑 떨면 오히려 일을 그르치기 쉬울 것 같다. yoology@
유회경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