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3월 “여러조치 검토”경고
韓정부, 일 터져야 대응 ‘반복’
中 사드 보복때 롯데 ‘치명상’
‘美, 화웨이 사용금지’ 압박 땐
정부 “기업 자율 판단” 팔짱만
한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로 인한 중국의 경제 보복과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보이콧에 대한 미국의 압박에 이어, 이번에는 한·일 과거사 갈등에 따른 일본의 전방위적 경제보복 위협에 놓이게 됐다. 동맹과 주변국으로부터 정치·외교적 갈등에 따른 경제적 ‘3중’ 압박을 받고 있는 셈으로, 앞으로 미·중 전략경쟁 및 동북아 갈등이 격화되면서 더 다양한 형태의 경제적 보복이 한국에 가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예상되는 상대국의 보복 조치도 “경제적 이해 때문에 안 할 것”이란 말만 되풀이하다 뒤늦게 봉합하는 패턴을 반복, 기업과 국민만 유탄을 그대로 맞고 있다.
일단 일본의 1일 스마트폰과 TV용 반도체 등 제조에 필요한 3개 품목의 수출 규제 강화 조치에 대한 산업통상자원부의 대응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지만, 이는 당장 피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2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WTO 제소는 절차상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어, 그 사이 우리 기업의 피해가 막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최근 일본 정부 내에 20년 이상 알고 지낸 관료들에게 전화를 다 해봤는데, 한결같이 한국에 대한 조치를 오랫동안 체계적으로 준비해놨고 외교적인 경로를 통해 한국에도 이런 입장을 알리고 있다고 한다”면서 정부의 준비 부족을 비판했다. 실제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한국 정부의 입장에 대해 2일 “우리 측 조치는 WTO의 규칙에 맞는다”며 곧바로 대응했다.
일본이 꺼내 놓은 경제 보복 카드가 한국 기업에 대한 실제 피해로 이어지는 시점은 우리 법원의 강제징용 가해 기업 자산 매각 결정이 나올 때로 예상된다. 현재는 한국이 자국 기업 자산을 강제로 현금화한다면, 그간 장전해 놓은 실탄을 일시에 쏠 수 있다는 위협을 가하는 단계로 보인다. 지난 3월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일본 기업의 자산 압류와 관련해 관세에 한정하지 않고 송금 정지, 비자 발급 정지 등 여러 보복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진창수 위원도 “한국산 수산물 검역 강화와 1일 발표한 조치는 일본이 준비한 카드 100개 중 2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방패막은 허술하다. 한·일 경제 협력이 악화되면 일본도 경제적 타격을 피할 수 없다면서 일본의 실제 경제 보복 가능성을 낮게 평가, 대응책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 입장에서 북핵 대응을 위한 한·일 안보 협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극단으로 치닫게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도 상당했다. 이에 따른 피해는 ‘사드 사태’ 당시와 마찬가지로 기업 몫이 되고 있다. 당시 사드 기지 부지를 제공했던 롯데그룹은 중국의 무차별 보복 탓에 112개에 달하던 현지 롯데마트 매장을 매각 또는 폐점하고 철수한 바 있다. 정부는 미·중 갈등에 따른 화웨이 보이콧 동참에 있어서도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화웨이 제품을 쓰지 말라고 한국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판단할 부분’이란 애매모호한 입장만 되풀이 중이다.
김영주·김성훈·이용권 기자 everywher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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