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현안 대응 사령탑 ‘실종’
“WTO 제소말고 할게 없다”
日과 회의테이블조차 없어


정부가 일본과의 통상 마찰이 격화되고 있는데도 불구, 실효성 없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내놓는가 하면, 피해 추산도 제대로 못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는 무기력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북정책에만 몰두하는 ‘청와대 독주’로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통상 현안에 기민하게 움직여야 할 ‘경제 컨트롤타워’는 정작 실종됐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기재부, 산업부 등은 일본 통상 마찰 문제가 발생하자 수차례 업계 간담회와 관련 부처 대책회의를 했지만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수입 대체가 어느 정도 가능한지, 일본의 조치가 사실상 수출 제한인지를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구체적인 피해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일본이 오랫동안 한국 산업의 약점을 겨냥해 준비된 조치를 가동했지만,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가 발표하기 전날까지도 해당 내용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1일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수출상황점검회의’를 열어 수출 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 확대, 신남방·신북방 신시장 개척 등의 대책을 발표했으나 성과가 나타나기엔 시간이 필요한 중·장기 대책이 대부분이었다. 신시장 개척과 수입처 다변화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효과를 장담하기도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특히 정치적인 문제가 결부된 상황에서 경제 관련 부처 실무자들 사이에서는 ‘달리 할 게 없다’는 무력감도 엿보인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양국 관계가 경색되면서 우려되는 부분이 적지 않지만, 정치적인 문제가 개입돼 있어 우리로서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관련 부처와 수차례 중·장기 대응전략을 마련했지만, 현재 시점에서 어떤 카드를 어떻게 쓸지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일본이 비상식적이고 외교 절차도 없는 보여주기식 여론전에 나선 것처럼 우리 정부도 똑같이 여론몰이용으로 WTO 제소라는 카드를 내놓은 것은 협상 전략의 기본 원칙이 없음을 보여주는 처사”라며 “우선 일본 정부 담당자와 만나야 하는데 경제 관련 부처 어디에서도 청와대 눈치를 보면서 회의 테이블을 마련해야 한다는 논의 자체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반도체 핵심 소재를 일본에만 의존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현실이기 때문에 핵심 소재 조달처부터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며 “미·중 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은 매우 낮으므로 양국 중심으로 나뉜 새로운 통상질서가 형성될 가능성에 대비해 산업 생태계 전반의 근본적 전환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민철 기자 mindom@munhwa.com

관련기사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