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엇갈린 반응

“수사하는 쪽선 뒤통수 맞는격”
“억울한 피해자 만들어선 안돼”


“증거 인멸이 뻔한데 영장 기각으로 애를 먹고 있다.” vs “불구속수사 원칙을 감안해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률이 증가하면서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 이 같은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다만 검찰 내부에서도 구속피의자의 인권 강화, 불구속 수사원칙 등 변화를 감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검사는 2일 “예전 같았으면 확실히 구속영장이 발부됐을 사건에서도 영장이 기각되곤 한다”며 “수사하는 입장에선 ‘뒤통수’를 맞은 격”이라고 말했다. 특히 기업 수사의 경우 피의자 조사 직후 사내 변호사들이 진술 내용을 파악해 대응 계획을 짜곤 해 오히려 수사에 애를 먹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해 7월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을 때도 실제 영장심사서를 보여주며 “업무방해죄 등 성립 여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기재됐다”고 반발했다. 검찰이 법원의 영장심사서를 언론에 공개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강원랜드에 지인 등을 채용해달라고 청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권 의원은 최근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형사사건을 주로 맡는 한 변호사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 이후 압수수색이나 구속 수사를 통제해야 한다는 인식이 법원 내에 퍼지고 있다”며 “아무리 수사상 필요성이 크다고 해도 자칫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 수 있는 만큼 이런 관행은 개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 검사장은 “구속영장 기각률 증가는 물론 구속 피의자의 인권보호 조치가 강화하면서 일선 검사들의 수사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형사소송법의 불구속수사 원칙을 고려하면 검찰도 이런 변화를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대검은 피의자들이 검찰 조사 때 수갑을 풀고 조사를 받을 수 있도록 지침을 마련했다. 밤샘조사를 최소화하는 지침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한 검사는 “새벽 동이 터올 무렵에나 (피의자의) 실토가 시작된다는 건 벌써 옛날얘기”라며 “검찰 차원에서도 내부통제가 강화되는 추세”라고 전했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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