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택시가 비포장 산동네를 거칠게 달린다. 갈 길이 멀지만 운전이 너무 난폭해서 내려달라고 했다. 내리는 나를 지켜보는 내가 있는데, 푸르뎅뎅한 한복을 입은 우울한 여자가 택시 뒷문을 열고 내린다.”
신화학 박사이자 꿈을 통한 집단 트라우마 치유작업인 ‘그룹 투사 꿈작업’을 해온 고혜경 한국치유상담대학원 교수가 처음 꿈작업을 공부할 때 꾼 꿈이다. 그는 “학교와 사회와 부모가 모범적인 길이라고 말하는 대로 우아하고 고상하게 살려고 애썼”지만, “진짜 내 모습은 전통에 갇힌 우울한 여자였다”는 걸 꿈을 통해 본다. 한복을 입은 우울한 여자도, 노란 택시의 난폭한 운전자도 고 교수 자신이다. 내면의 깊은 소리를 방치하고 살았으니 그 결과는 우울로 이어졌다. 꿈은 내면의 소리이다.
국제적인 꿈작업(Dream Work)의 권위자인 제러미 테일러 박사에게 꿈을 배웠고 ‘나의 꿈 사용법’ 등 여러 권의 관련 서적을 썼던 고 교수가 이번에 ‘꿈이 나에게 건네는 말’(위즈덤하우스)을 펴냈다. 고 교수는 “안으로 뛰어들지 않고 세상을 향하는 길은 없다”는 칼 융의 말을 서문에서 인용한다. 우리는 대개 밖을 보며 비교만 할 뿐 내 결핍이나 상처는 돌보지 못하고 결국 나의 진정한 갈망을 모르고 산다. 꿈은 내면의 갈망이나 상처가 말하는 것이다. “내 안의 목소리를 듣는 쉽고 안전한 길이 꿈”이라고 고 교수는 말한다.
이 책은 꿈작업 워크숍 등에서 모은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꿈의 언어를 제대로 활용해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들려준다. 책에 따르면, 꿈은 현재 자신의 상태나 내밀한 모습을 보여주는 다층적 상징이다. 흔히 꿈에 관해 말할 때 자신의 이미지와 느낌을 중심으로 길몽이니 흉몽이니 판단하지만, 좋은 꿈, 나쁜 꿈이 따로 있지 않다. 꿈에 등장하는 모든 요소, 즉 사람, 동식물, 무생물이나 밝기까지 꿈꾼 이의 심리를 반영하지 않는 요소는 없다.
모든 꿈은 저마다 겹겹의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으며 언제나 꿈꾼 사람을 돕는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끔찍한 악몽을 꿨다면 내가 시급히 돌봐야 할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무의식의 경고이다.
일반적으로 어젯밤 내가 꾼 꿈이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알기는 쉽지 않다. 눈을 뜨면 아무 기억이 나지 않을 때가 많다. 저자는 “꿈을 이해하는 첫걸음은 꿈을 기억하는 것”이라며 “오랜 기간 꿈 노트를 사용해 나의 꿈을 기억하려 했고, 그 꿈을 들여다보면서 진정한 나를 찾았다”고 말한다. 우선 꿈 노트를 마련해 잠자기 전 베개 옆에 두고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 바로 기록한다. 나중에 적어야지 하고 몸을 움직이는 순간 꿈의 기억은 사라지기 때문이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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