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2년여 만에 일본이 작심하고 한국 경제의 급소와 뒤통수를 동시 가격했다. 군사전용을 명분으로 한 독과점 품목 수출제한 카드는 60년 전통 우방 관계의 종식선언으로도 비치는 ‘행패’에 가깝다. 오죽하면 한·일 관계가 ‘루비콘강을 건넜다’는 얘기가 나오겠는가. 이전 정부가 체결한 위안부 합의 파기에 이어 지난해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로 예견된 일이었는데도 정부는 갈팡질팡하고 있다. 일본과 과거사 전쟁에 올인한 ‘감정외교’가 부른 외교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중 패권전쟁의 전운이 쉽게 사그라질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조치에 이어 미국을 편들지 말라며 노골적으로 ‘화웨이 보복’ 위협으로 우리 경제를 압박하는 마당이다. 일본과 중국의 경제보복 시한폭탄이 동시에 터진다면 경제가 아수라장이 될지 모른다. “우리의 경제적 사활은 외교에 달려 있는데, 외교가 살길인 나라가 외교를 경시한 결과”라는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의 지적은 통렬하다.
김정은 체제의 북한이 몰락의 길로 갈 것이란 예상은 보기 좋게 깨졌다. 핵무기를 협상력으로 한 북한 외교는 부활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첫 방북에 이은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비무장지대(DMZ) 판문점을 통한 ‘10초 방북’과 3차례에 걸친 미·북 정상회담으로 북한은 외교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2014년 한·미·일 정상회담에 이어 2015년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반대를 무릅쓰고 중국 열병식에 참석해 김일성(북한 국가주석)이 올랐던 톈안먼(天安門) 망루에 올랐다. 당시 북한은 6·25전쟁 후 최대 외교 고립에 빠졌다. 지금 남북 외교는 상전벽해(桑田碧海)라 불릴 만큼 변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남북 외교의 대역전극이 펼쳐지고 있다. 한·일 과거사 문제에 집착한 나머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폐기까지 거론될 정도로 역사전쟁으로 치닫고 있지만, 정부는 수수방관하며 대응책을 세우지 못했다. 전 정부의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우방국 관계를 파기하더라도 국가 신뢰 관계 훼손에 따른 사후 대책은 갖고 있어야 했다. 출구전략과 국가 대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외교와 안보를 남북관계의 종속변수로 다뤄온 것은 외교정책 실패로 이어졌다. 현 정부는 ‘평화가 경제다’는 슬로건으로, 남북관계 개선에 올인했다. 남북 경제공동체 구상은 완전한 비핵화 없이는 진전이 어렵다. 대한민국 안보를 튼튼히 하기 위해 비핵화 협상을 했는데, 정작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는 변함이 없는 대신 한·미 연합 군사훈련 축소로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은 짙어진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구나 북한은 미국과 한국의 선거에 집중하며 교묘하게 외교 전술을 조정하는 ‘저팔계 외교’를 구사한다. 저팔계 외교는 생존을 위해서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고단수 외교술이다. 북한의 외교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관심사인 미국 대선에 집중하고 있다. 동창리 미사일 발사 등으로 ‘판 깨기’에 나선다면 어떻게 될까. 내년 대선을 앞두고 외교 성과에 목마른 트럼프 대통령이 ‘핵 동결 협상’ 등 비핵화 협상 후퇴를 모색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cs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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