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라하트에 위치한 소다스트림 생산공장에서 유대계 직원(오른쪽)과 베두인계 직원이 서로 대화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스라엘 라하트에 위치한 소다스트림 생산공장에서 유대계 직원(오른쪽)과 베두인계 직원이 서로 대화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 이스라엘 소다스트림 유대-팔레스타인-베두인 협동공장 주목

초기엔 서안지구 공장 지어
팔서 불매운동 대상되기도

유대계 다니엘 비른바움 대표
이슬람 존중하며 신뢰 얻어

‘화합 경영’ 진실성 보여주며
착한기업 부상 실적 급성장

일부선 아직 “상술일뿐” 의심
美대사 “이것이 진정한 평화”


군사적·종교적 대립이 끊이지 않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지구에서 민족·종교적 통합을 꿈꾸는 탄산수 제조기 제작업체 소다스트림의 경영 방식이 전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다. 일부에선 정치가 못하는 일을 자본주의가 하고 있다는 긍정론을 펴고 있는 반면,한편에서는 이들 기업이 철저하게 정치적으로 계산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미국 뉴스위크, 독일 디벨트 등 서구 언론은 최근 유·무형의 성과를 얻고 있는 소다스트림의 새로운 경영 방식을 일제히 전했다. 현재 이스라엘 남부 라하트에 위치한 소다스트림 공장에선 팔레스타인인, 유대인, 베두인족 남녀가 한 팀을 이뤄 작업하고 있다. 대표인 다니엘 비른바움은 작업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직원들에게 탄산수 제조기의 실린더와 외부 거푸집 제작 방법을 설명한다. 유대계인 비른바움 대표는 대화를 마치고 이슬람 단식월인 라마단을 지내는 직원들의 이름을 부르며 큰 목소리로 ‘라마단 카림(평안한 라마단 보내세요)’이라고 인사를 건네는 것을 잊지 않는다. 몇몇 직원은 비른바움 대표를 언급할 때마다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현재 이들 공장에는 이슬람교도와 유대교도들을 위한 별도의 기도실이 마련돼 있다. 종교적 휴일에는 단식을 위한 휴무를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재 소다스트림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지역의 최저임금보다 20% 높은 임금을 지급하고, 장거리 통근자들을 위한 교통수단 및 보조금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근로자들의 자녀를 위한 사내 유치원까지 건설하고 있다고 뉴스위크는 전했다. 비른바움 대표는 요르단강 서안에서 출퇴근하는 팔레스타인 노동자 120명의 근로허가서와 통행증을 받아내기 위해 개인적으로 이스라엘 정부와 싸우기도 했다.

소다스트림이 처음부터 지금과 같았던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 소다스트림은 이스라엘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살고 있는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유대인 강제 정착촌에 공장을 지어 팔레스타인 단체들로부터 BDS(보이콧·투자철회·제재) 운동이라 불리는 불매운동의 대상이 됐다. 결국 2015년에는 요르단강 서안에서 철수하고 이전을 단행했는데, 이번에는 베두인 마을 강제 철거가 전방위적으로 진행되는 네게브 사막으로 공장을 옮겨 계속해서 보이콧 대상이 됐다. 이스라엘 지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퍼진 BDS 운동의 일환으로 인권 문제에 민감한 유럽 등지에서의 매출은 크게 감소했다. 캐나다에서 이 회사의 제품 광고에 출연했던 배우 스칼릿 조핸슨은 거센 비난에 직면해야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비른바움 대표의 행동이 회사의 분위기를 극적으로 바꿨다. 비른바움 대표는 공장 이전으로 졸지에 실업자가 된 팔레스타인 근로자들에게 정치적 상황으로 곤란에 처한 데 대해 사과하며 “공장을 이전해서라도 당신들을 고용하겠다”는 동영상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이 영상이 공개되면서 여론이 우호적으로 바뀌었다. 결국 이스라엘 정부는 요르단강 서안지구 밖으로 나오는 데 제한이 많았던 팔레스타인 근로자들의 근로허가서를 발급했다. 정치경제학자 시 헤버는 “해당 영상은 영어 자막이 달려 있는, 다분히 직접적이고 의도적인 시그널을 보내고 있었다”며 “결국 이 동영상으로 인한 여론 형성이 근로허가서 발급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후 비른바움 대표는 ‘통합’을 강조하면서 현재의 회사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남녀를 동등하게 고용하기 위해 애쓰고, 민족적 배분까지 고려한다. 인사에 있어서도 출신과 민족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다. 이런 경영 방침이 알려지고 확대되면서 소다스트림은 ‘악덕 기업’에서 ‘착한 기업’으로 변하고 있다. 2016년의 경우 서유럽 매출은 최대 15%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에는 1억7150만 달러(약 2008억 원)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소다스트림 관계자들은 업종을 해로운 소다수 중심에서 건강에 좋다는 탄산수로 바꾼 게 주효했다고 하지만 많은 전문가는 기업의 이미지 변화가 매출 신장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결국 거대 음료회사 펩시코가 지난해 8월 소다스트림을 32억 달러라는 높은 가격에 인수했다. 비른바움 대표는 “특별한 사상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주주들의 이익을 위한 활동이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소다스트림이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소다스트림의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는 시각이 여전하다. 비판론자들은 소다스트림이 전통적인 농경 및 유목민이던 베두인족의 전통을 파괴하고 이스라엘이라는 큰 국가체계에 동화시키면서 시오니즘을 정당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난 5일 공장 내에서 있었던 이프타르(무슬림 단식월이 끝난 뒤의 첫 식사) 행사는 이 같은 비판을 불식시키는 행사였다고 뉴스위크나 디벨트 등은 전했다. 연회장에 설치된 거대한 스크린을 통해 이스라엘에서 개최됐던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와 정치집회 방송이 동시에 나왔지만 사람들은 이에 거부감을 보이지 않았다. 이날 행사에 참가했던 데이비드 프리드먼 이스라엘 주재 미국대사는 “이런 게 진정한 평화이자 실존하는 모델”이라며 소다스트림의 변화를 표현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
박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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