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느린 달팽이의 속도로 / 메디치미디어

한때 잡지사에서 기자로 일하며 뛰어난 문장으로 두각을 드러냈지만, 가세가 기울자 낙향해 일정한 직업도 없이 평생 빚에 쫓긴 이가 있다. 사연 많은 이들이 ‘자연인’으로 변신하듯이, 그도 자연을 택했다. 그는 소일거리로 밭농사를 지으며 개와 닭과 오리를 돌봤고, 새의 언어를 연구하며 곤충의 행태를 관찰했다. 가끔 오페라 해설지 번역으로 푼돈을 벌기도 했지만, 가난에서 벗어나기엔 역부족이었다. 남들이 보기에 태평할 수도, 한심할 수도 있는 세월을 보내던 그는 무명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이름은 김인선(1958∼2018)이다. 김인선의 글재주를 알고 사랑하던 지인들은 그의 사후에 컴퓨터에서 발견된 산문과 그가 온라인에 남긴 글들을 선별했다. 평범한 일상을 독특하게 각색하는 재담과 감칠맛 있는 문체가 읽는 즐거움을 준다. 380쪽, 1만6000원.

정진영 기자 news119@munhwa.com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