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반 “EU제재 대상”
이란 “불법행위” 큰 반발


영국령 지브롤터가 유럽연합(EU)의 대시리아 제재를 어기고 원유를 실어나르려던 이란의 대형유조선을 전격 억류했다. 이란은 영국대사를 초치해 항의하는 등 강력 반발했다.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파기 등으로 고조된 서방과 이란 간 긴장이 한층 심화할 전망이다. 이란은 예고한 대로 7일부터 우라늄 농축도 상한(3.67%)을 지키지 않겠다고 재확인했다.

4일 AFP통신,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지브롤터 경찰·세관당국은 이날 오전 영국 해군의 도움을 받아 지브롤터 남쪽 4㎞ 해역을 지나던 대형유조선 ‘그레이스1호’를 나포했다. 파나마 국기를 내건 330m 길이의 그레이스1호는 억류 당시 원유를 가득 싣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파비안 피카도 지브롤터 행정수반은 “그레이스1호가 시리아 바니아스 정유공장에 원유를 운반 중이라는 믿을만한 근거가 있다”며 “이 정유공장은 EU의 시리아 제재 대상인 기업 소유”라고 밝혔다.

그는 “지브롤터 해역이 안전하고 확실하며 국제법 질서에 어긋나지 않는 지역이 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지브롤터 당국은 해당 유조선에 선적된 원유가 어디서 온 것인지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해운전문지 로이드 리스트는 원유가 이란산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EU 28개 회원국은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민간인 탄압을 이유로 2011년부터 시리아 정부 인사 277명과 72개 기업 등에 대해 원유금수, 투자제한, EU 내 자산동결 등의 제재를 시행 중이다.

영국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지브롤터 당국의 단호한 행동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호세프 보렐 스페인 외무장관은 그레이스1호 억류가 미국의 요청에 의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좋은 소식이다. 미국과 동맹국들은 이란과 시리아가 불법거래로 이득을 취하는 것을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브롤터의 유조선 억류에 대해 이란은 같은 날 이란주재 영국대사 로버트 매케어를 외교부로 초치, “불법적 억류”라며 강력 항의했다. 압바스 무사비 외교부 대변인은 그레이스 1호 억류에 대해 “괴이하고 파괴적인 행동이고 역내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고 비난했다.

AFP통신은 특히 이번 이란 유조선 억류가 이란이 JCPOA에서 제한한 우라늄 농축도 상한을 더는 지키지 않겠다고 발표한 민감한 시점에 이뤄져 향후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
김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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