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韓銀 ‘소득별 소비동향’ 분석

중산층이상 소비심리 급냉각
의류비·외식비도 2달째 하락

한국제품 경쟁력 하락하면서
근로자 가처분소득 줄어들어
“불확실성이 가계지출에 영향”


중산층 이상 근로소득자들의 소비심리가 급속도로 냉각됐다는 한국은행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수출 악화 현상으로 인해 국내 민간 소비가 더 위축될 것이란 금융권과 경제학계의 잇단 지적을 사실상 뒷받침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8일 문화일보가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중산층이자 근로소득자가 집중 분포돼 있는 월 소득 300만∼400만 원대의 소비지출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가 연초인 올 1월 111에서 지난 6월 103으로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400만∼500만 원대에서도 소비지출전망 CSI는 114에서 110으로 낮아졌다.

이의 영향을 받아 최근 발표된 6월 소비자심리지수는 다른 CSI가 전월과 같았는데도 불구, 소비지출전망 CSI만 하락했다. 소비자심리지수와 소비지출전망 CSI만 두 달 연속 동반 하락한 것이다. 특히 민간소비의 여유를 보여주는 가늠자인 의류비, 외식비 등은 두 달 연속 내려갔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득주도 성장으로 노동비용이 상승하자 국제시장에서 한국산 제품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졌고, 이로 인해 산업계에 종사하는 근로소득자들의 소득이 약화하며 소비 여력까지 위축되고 있다”며 “중산층 이상보다 더 큰 타격을 받는 것은 일자리를 잃게 된 중하위 계층의 근로소득자”라고 설명했다. 결국, 소득주도성장→노동비용 증가→한국 제품 경쟁력 하락→수출 악화→근로자의 가처분소득 감소→민간 소비 심리 위축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한은 조사에서 하위 계층의 6월 소비지출전망 CSI는 1월과 같거나 소폭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100만 원 미만은 98→98, 100만∼200만 원대는 102→105, 200만∼300만 원은 107→110이었다. 즉, 300만 원 기준으로 소비심리가 반으로 갈라지는 모양새다. 성 교수는 “저소득층의 소비심리가 중산층에 비해 아직 양호한 것은 정부 예산 투입에 따라 근로소득이 아닌, 이전소득이 늘어난 데 따른 착시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시티는 최근 한국 관련 보고서에서 “수출, 산업생산 등에서의 불확실성 확대가 가계 지출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대신증권은 “수소불이(輸消不二), 즉 수출이 부진하면 국내 소비심리도 위축되기 마련”이라고 밝혔다. KB증권은 “수출 회복 지연은 향후 한국 경기 개선에 대한 우려를 키울 것이며, 주요 경제 심리도 당분간 부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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