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영화 ‘마리아 칼라스…’

자서전류의 책을 고를 때 무엇을 고려하는가. 인물에 대한 관심의 정도가 가장 큰 선택의 조건이겠지만, 그 인물의 행적을 어떤 어조로 전달하는가 하는 점도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최근 작곡가 필립 글래스의 자서전 ‘음악 없는 말’을 번역한 이석호는 이 책이 자기 홍보나 변명이 극히 드물다는 점에서 “육즙이 뚝뚝 떨어지는 기름진 살코기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살을 발라낸 뼈다귀 같은 이야기”라고 평가했다. 특정 인물을 찬양하기 위해 쓰인 글은 독자들에게 외면받기 쉽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가 지니고 있는 톤은 조금 독특하다. 다큐멘터리 영화 ‘마리아 칼라스: 세기의 디바’(감독 톰 볼프)는 다른 내레이터 없이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가 직접 자신의 삶에 대해 들려주는 방식을 취한다. 톰 볼프 감독은 칼라스가 세상을 떠나기 3년 전에 가진 인터뷰를 바탕으로 그의 삶을 재구성한다. 마치 웅변을 하는 듯한 칼라스의 곧은 목소리와 칼라스를 향한 감독의 연민, 애정의 시선이 교차된다. 낯선 듯 흥미로운 이 설정은, 영화를 다 보고 난 후에는 마리아 칼라스라는 인물을 표현하기에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하게 한다.

주요 장면은 역시 칼라스가 부르는 오페라 아리아다. 톰 볼프 감독은 음악을 발췌해 부분적으로 보여주거나 배경음악으로 삼는 대신 관객들이 그의 목소리를 온전히 감상하며 느낄 수 있도록 긴 시간을 할애한다. 칼라스를 사랑한 애호가에게도, 그를 잘 알지 못하는 관객에게도 칼라스가 생전에 남긴 명곡을 커다란 스크린을 통해 만날 수 있다는 건 강점이다. 표정 연기만으로도 극 중 인물이 품은 사연과 감정들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벨리니 오페라 ‘노르마’ 중 ‘정결한 여신’, 몰입할 수밖에 없는 섬세한 목소리와 절제된 연기가 돋보이는 푸치니 오페라 ‘토스카’ 중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등이 커다란 감동을 전한다. 물론 몇몇 장면은 기존의 영상물이나 음반을 통해서 접할 수 있는 것들이지만, 칼라스의 삶이 음악에 녹아 들어가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보다 풍부한 감흥을 느낄 수 있다.

3년간 칼라스의 삶의 단면들을 수집한 톰 볼프 감독은 칼라스가 기관지염 탓에 공연을 취소할 수밖에 없던 순간 등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다만 연인 오나시스와의 스캔들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듯한 장면은 영화의 신선도를 떨어뜨린다.

“진짜로 행복한 예술가는 없어요.”

칼라스의 이 한마디는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만인의 추앙을 받는 예술가, 그리고 그에 비해 자칫 초라해질 수 있는 개인의 소박한 삶을 동시에 지켜내려는 강인한 여인. 자신의 모든 순간을 힘껏 사랑했던 칼라스를 이 영화를 통해 마주할 수 있다. 11일 개봉.

음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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