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범 썸랩 대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인가. 대학 합격, 연인과의 첫 키스, 품속 아이의 심장박동…. 얼굴 생김 다르듯 개인마다 모두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통장 잔액에서, 또 누구는 생맥주 한 잔에서도 행복을 찾는다. 각자가 가치 있다 여기는 것을 얻었을 때 행복을 느낀다.

최근 최태원 SK 회장이 ‘행복경영론’을 들고 나왔다. 그는 6월 열린 확대경영회의에서 “지금까지 돈을 버는 데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기준으로 평가와 보상을 했다면, 앞으로는 구성원 전체의 행복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기준으로 삼을 것”이라며 ‘행복경영’을 선언했다.

행복을 얻는 수단과 행복으로 인한 결과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돈이든 명예든 개인이 행복을 느끼는 수단은 사회를 움직이는 강력한 동력(動力)이 된다. 이 같은 이유로 지금까지 다양한 평가에서 행복 자체보다 행복으로 이끄는 수단이 더 주목받았던 게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SK의 ‘행복경영’ 시도는 큰 의미가 있다.

최 회장이 행복을 내세운 데는 사회 분위기가 한몫했으리라.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이 발표한 ‘저출산·고령사회 대응 국민 인식 욕구 모니터링’(2018년 6월 25일∼7월 6일, 전국 19세 이상 남녀 2000명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년들은 얼마나 행복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73.4%가 ‘불행하다’(조금 불행하다 48.2%, 매우 불행하다 25.2%)고 답했다. 아동에 대해서는 52.0%, 노인에 대해서는 59.2%가 각각 ‘불행하다’고 응답했다.

연령 구분 없이 ‘불행하다’는 응답이 높았지만, 특히 청년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압도적이었다. 연애와 결혼, 출산뿐 아니라 집과 경력 등 포기할 수 있는 건 다 내려놓고, 일자리 경쟁에 시달리는 청년들이 행복을 얻기까지 ‘역대급’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청년 행복에 더 주목한 이유는 행복의 결과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다.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청년들은 출산에 소극적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신생아 수는 전년 동월 대비 6.1% 감소한 2만6100명이었다. 2015년 12월 이후 41개월 연속 하락했다. 마이케 루만 독일 보훔 루르대 교수는 ‘결혼 후 5년 내 출산한 확률’을 비교한 결과 행복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출산율이 더 높다는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출산과 행복이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청년들은 행복을 얻기 위한 수단 중 시급한 것으로 ‘취업’을 꼽는다. 보사연이 펴내는 ‘보건복지포럼’ 4월호의 ‘연령대별 삶의 만족 영향 요인 분석과 정책과제’란 글에서 청년 삶의 만족도 저해 요인으로 ‘불안정한 경제활동 상태’가 꼽힌 것을 봐도 그렇다.

서은국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책 ‘아이가 사라지는 세상’에서 “현재의 저출산 문제는 인간의 막강한 뇌가 자연에 반해 행사하는 일종의 ‘반역’에서 기인한 현상”이라며 “자신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전반적 평가를 담은 행복감이 재생산과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저출산이라는 ‘인간 뇌의 반역’을 막으려면 무엇보다 청년들이 행복해야 한다. 청년들은 행복의 조건으로 일자리를 꼽고 있다. 좋은 일자리야말로, 훌륭한 저출산 대책이다.

bum@
장석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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