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수출입기업 900만곳
무역거래 내역 10억건 분석
판매자·화주·선사 등 한눈에
원하는 품목·공급처 찾아줘
공급자 신뢰도 등급 매기고
돈세탁 등 비정상 거래 차단
물동량 변화 등 통계도 제시
美·中·인도 등 16개국 가입
양쪽 계약 주체들이 다수의 중개 기관과 함께 수많은 서류를 업무단계별로 주고받고, 시간과 장소 등 제반 진행사항을 수개월 이상 끊임없이 점검하며 챙겨야 하는 복잡한 거래가 있다. 국제무역이 대표적 사례다. 그동안 글로벌 교역은 수출 또는 수입의 무역 종사자들이 각자 자신의 주거래은행과 보험사를 지정하고 이곳을 통해 신용장과 물품 송장 및 선하(船荷) 증권 같은 선적서류 등 일련의 정형화된 표준절차를 되풀이하면서 진행됐다. 그런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열풍은 무역 분야도 비껴가지 않았다. 우선, 은행 업무가 핀테크로 변하면서 오래 걸리던 대량의 종이서류 왕복이 사라졌다. 이와 동시에 온라인 직구 등 모바일·인터넷 국제 거래가 증가하면서 내가 구매하는 지구 반대쪽의 상대 공급처가 믿을 만한 곳인가를 판단하는 공급망 관리는 더욱 중요해졌다. 최근에는 블록체인 기술까지 일부 도입돼 거래 당사자의 신분 확인이나 계약서 내용 불변 보존 등의 보안 문제도 손쉽게 해결되고 있다.
◇‘못 찾는 신규 공급처가 없다’, 900만 거래처의 10억 개 선적정보를 콕 집어 찾아주는 AI = S&P 글로벌은 최근 인수한 기계학습 방식의 인공지능(AI) 무역 해결사 ‘판지바(Panjiva)’를 통해 적재화물의 실시간 추적, 공급망 검색 및 신규 거래처 발굴 등을 기존의 인적 네트워크 대신 데이터 연결망으로 보완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쉽게 말하면 수입회사가 전 세계 공장과 회사를 대상으로 적당한 공급처를 찾고자 할 때 후보의 과거 선적 실적과 신뢰도 등을 한눈에 보여주고, 구매희망 품목에 대해 그동안 모르던 새로운 제조사를 찾아낼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이를 공급자 정보망(supplier database)이라고 한다. 판지바는 상호 연결망 정밀 분석 후 1~100 점수로 공급자 신뢰도를 평가하는 ‘판지바 등급’을 매기는가 하면, 최근 미·중 무역전쟁 때문에 한국 냉장고 등 일부 품목이 중국 제품 대신 미국에 더 많이 수입되고 있다는 새 무역통계를 제시하기도 한다. 이 모든 데이터의 밑바탕에는 ‘세관 데이터’가 있다. 수출입이 이뤄질 때 모든 상품은 국경을 넘어 통관 절차를 밟는다. 각국 세관은 관세를 매기기 위해 회사명, 제품명, 가격, 수량, 선적지 등 다양한 정보를 기록한다. 배에 컨테이너 화물을 실어 보낼 때 발행하는 선하 증권에 적혀 있다. 판지바는 미국·중국·인도 등 16개국 관세청과 협약을 맺어 이 정보를 제공 받는다. 전 세계 물동량의 40%에 달한다. 900만 개 수출입 기업의 무역거래 내역 10억 건과 1300만 개에 달하는 기업 간 관계 정보가 분석 대상이다.
◇누가 이용하나 = 판지바의 무역 데이터 AI 분석 서비스는 우선 수출입 기업에 유용하다. 내가 해외에서 사고파는 동일 제품을 다른 회사들은 어디서 구하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특정 HS 코드(국제무역 품목 분류번호) 제품의 구매자, 판매자, 화주, 선사를 그래프와 표로 단숨에 파악한다. 각국 관세청과 무역협회 등 공공기관도 실시간 무역통계 작성, 수출입 물동량 분석에 활용한다. 심지어 자산운용사와 기관투자자 같은 금융회사들은 기업 공시가 나오기도 전에 기업별·국가별·시장별 물동량 변화 추이를 연구해 한발 빠른 투자에 써먹는다. 은행도 비정상적 무역을 통한 돈세탁(trade based money laundering·TBML) 같은 부정행위를 사전에 방지하는 리스크 관리 도구로 쓴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 ‘인공지능 최전선’ 시리즈 기사의 뒷이야기와 자료집, 독자 토론방 등은 네이버 블로그(https://blog.naver.com/neutrino2020)와 페이스북(www.facebook.com/nokija111)에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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