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간판 예능 ‘정글의 법칙’ 후폭풍이 큽니다. 5일 오전 이 프로그램의 출연자 이열음이 태국에서 멸종위기종인 대왕조개를 무단 채취해 고발됐다는 뉴스가 나왔을 때만 해도 뭔가 오해가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2011년부터 벌써 8년간 장수하며 ‘산전수전’ 다 겪은 프로그램이 그런 어이없는 실수를 했을 리가 없으니까요. 이날 오후 SBS가 바로 “현지 규정을 사전에 충분히 숙지하지 못하고 촬영한 점에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기에 해프닝으로 끝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웬걸, 주말 사이 사건이 슬슬 증폭되더군요. 태국에서 국립공원 내 보호종인 대왕조개를 채취하면 벌금과 함께 징역형까지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이열음이 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소식으로 옮겨 가면서 논란이 커졌습니다. 또한 현지 매체들에 의해 SBS 제작진이 ‘국립공원 내 채취 금지를 서약’하는 공문에 사인까지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방송국 책임론이 들끓었습니다.
그래서 7일 오후 SBS에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 문의했더니 답이 없더군요. ‘정글의 법칙’ 담당 CP(책임프로듀서)는 해명 창구를 홍보팀으로 단일화하고 있으니 그쪽으로 문의해 달라는 것이었고, 정작 홍보팀은 즉답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그러고는 논란이 벌어지고 하루가 지난 8일 오후 늦게서야 ‘공식 입장’이라며 고작 석 줄짜리 해명글을 보내왔습니다. 사건이 어떻게 이 지경이 됐는지에 관한 구체적인 해명은 전혀 없었습니다.
설상가상. 8일 오전엔 SBS ‘8시 뉴스’의 간판 앵커였던 김성준 전 논설위원의 불미스러운 일이 보도됐습니다. 지하철 ‘몰카’ 촬영으로 유명 앵커 A 씨가 경찰에 입건됐다는 전날 뉴스의 장본인임이 밝혀진 거죠. 참으로 어이가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이번엔 SBS에서 김 전 위원의 사표를 수리했다는 소식이 나왔습니다. 이름이 밝혀지고 불과 몇 시간 만입니다. ‘정글의 법칙’이 태국에서 했던 일을 파악해서 공식 입장을 내는 데는 하루가 더 걸렸지만 김 전 위원의 사표 수리는 전광석화처럼 이뤄진 겁니다.
요즘 지상파 방송국은 지속적인 실적 악화로 위기의식이 팽배합니다. 지난달 말 방송통신위원회가 공표한 ‘2018년 방송사업자 재산 상황’에 따르면 지상파 3사는 지난해보다 매출액이 소폭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크게 악화했습니다. KBS와 MBC는 적자 폭이 각 585억 원, 1237억 원에 달합니다. 이대로 가다간 지상파라도 존폐의 갈림길에서 자유롭지 못할 겁니다. 잘못한 건 솔직히 인정하고, 문제는 적극적으로 해결하며, 시청자를 섬기는 공중파로서의 책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SBS는 ‘정글의 법칙’이 만든 정글에서 빨리 나오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