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청문회 말바꾸기로 비판
“法 수호자가 국민을 속이려 해”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는 지난 8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A4용지 3페이지 분량의 모두발언을 썼다. 그는 모두발언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약속한다” “불의와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 검찰’이라는 구상도 담았다. 보통 참모가 밑그림을 그리고 후보자가 주요 메시지를 첨언하는 관행을 깨고 그는 초고에서부터 퇴고까지 모두 발언을 직접 작성했다. 윤 후보자와 가까운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윤 검사장의 평소 생각이 그대로 배어 있는 글”이라고 평가했다.
‘강골’ ‘칼잡이’라는 별칭을 가진 윤 후보자는 그만큼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 강직한 검사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번 국회 인사청문회에선 ‘거짓말’ 논란에 휩싸이면서 “검찰 경력 25년 만에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사건 개입 의혹을 6차례 부인하다가, 7년 전 자신의 육성이 담긴 녹음이 공개되자 그는 말을 바꿨다. 야권은 물론 범여권에서조차 “법을 수호하는 검찰총장 후보자가 국민을 적당히 속이려 한 것인가”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권력 눈치 보지 않는 수사’로 명망이 높던 윤 후보자의 그간 주요 수사도 인사청문회를 계기로 재평가되는 분위기다. 윤 후보자는 무혐의 처분을 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연루된 BBK 특검에 파견검사로 일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대검 중수과장을 거쳐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까지 올라 승승장구했다. 이 전 대통령의 정적인 박근혜 전 대통령 취임 이후엔 국가정보원의 선거 개입 사건의 수사 무마를 시도하던 윗선에 반발하다가 좌천됐다. 일각에서는 윤 후보자가 진두지휘했던 2010년 C&그룹 비자금 사건 수사에 대해서도 “정권에 충성하기 위한 수사였다”는 정반대의 재평가도 있다.
청문회 이후 윤 후보자에 대한 여론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주요 포털 기사와 SNS에는 “윤 후보자가 변호사법·위증죄 같은 법리 공방엔 자신 있을지 몰라도,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선의의 거짓말이라는 뻔한 변명”이라는 등의 비판 글이 올라오고 있다.
한 네티즌은 “후배를 감싼다면서 전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발각되니 또 다른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제 식구 감싸기로 일관하는 발언을 듣고 있자니, 당신은 조직 이기주의나 통수권자 의중대로 움직이는 검찰 수장밖에 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반면에 “윤 후보자여야 검찰 개혁을 밀고 나갈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검찰 내부 기류는 예상보다 평온하다. 한 재경 지검 검사는 “여론이 나빠도 어차피 검찰총장으로 임명될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정부·여당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반발 글이 속출했던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도 잠잠한 상태다. 다른 검사는 “차기 검찰총장의 심기를 누가 감히 대놓고 건드릴 수 있겠나”라고도 했다. 다만 윤 후보자 인사청문회의 쟁점이 됐던 ‘윤석열 사단’에 대한 검찰 내부 불만은 적지 않다. 윤석열 사단의 핵심으로 꼽히는 윤대진 검찰국장의 친형인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수수 의혹은 이번 위증 논란의 단초를 제공했다.
한 검사는 “윤 후보자가 옛날부터 제 사람 감싸고 돌기로 유명한데 이번에도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부장검사는 “2000년대 들어 사라졌던 ‘무슨 무슨 사단’이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취임 후 다시 부활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신뢰성에 상처를 입은 윤 후보자의 앞날은 청문회에서 스스로 강조한 ‘정치적 중립성’ ‘국민의 검찰’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윤희·이희권 기자 worm@munhwa.com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