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무역硏‘규제개선’보고서
“규제해결형 국가로 전환해야”


정부의 규제 개혁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규제 수준은 매우 높은 수준이 유지되는 이유로 △포지티브 규제 방식 △문제 발생 시 규제로 대응하는 관행 고착화가 지목됐다. 4차 산업혁명 시대 혁신을 주도해야 할 차량 공유, 원격 의료, 핀테크 등 신산업 부문이 규제로 인해 성장에 제약을 받고 있는 원인도 여기서 비롯된다는 진단이다.

11일 국제무역연구원 신성장연구실이 작성한 ‘신산업 규제개선에 관한 우리나라와 주요국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규제 완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포지티브 규제 체계다. 우리나라 법체계는 ‘원칙 허용, 예외 규제’의 네거티브 방식 대신 ‘원칙 금지, 예외 허용’의 포지티브 방식으로 돼 있다. 다양하게 새로운 실험을 시도해야 하는 혁신 신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가 지체되는 이유다. 특히 정부는 네거티브 방식으로의 전환을 강조하고 있으나 실상은 여전히 포지티브 방식에 매여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사후 규제로 신산업을 관리하는 미국, 중국 등과 차이점이 여기에 있다.

규제 해소를 위한 리더십 부재도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로 보고서는 꼽았다. 정부가 규제 관련 갈등 시 주도적인 해결 노력을 하는 대신 우선 당사자들에게 합의안(절충점) 도출을 위임하고 그 이후 합의안을 바탕으로 한 국회입법이 이뤄지고 나서야 행정력이 발휘되는 구조가 고착돼 있다. 승차공유서비스, 원격의료 등에서 정부의 주도적인 움직임을 찾기가 어려웠다.

문제 발생 시 해결 방향 역시 규제완화의 장애 요소다. 관련 법에 따라 위법 사실에 대해 법적 조치를 내리면 될 일이지만, 거기서 더 나아가 규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해결 방향을 모색하는 관행에 따라 규제가 강화되고 중첩되기 일쑤였다. 실례로 2013년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홈플러스 정보 유상판매 사건 등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그때마다 개인정보 보호규정이 강화됐다. 영국 BBC 평가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개인정보보호 국가로 지정돼 있다. 이는 개인 데이터를 활용한 상업 활동에 제약이 많다는 의미다. 이밖에 높은 생계형 자영업자 비중, 각 산업 기득권층 반발, 정파별 진영논리 개입, 소비자 편익에 대한 상대적 무관심 등이 우리나라가 규제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제무역연구원은 “혁신을 통한 성장잠재력 확보를 위해서는 현 규제 방임형 국가에서 규제 해결형 국가로 전환돼야 한다”고 밝혔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
유회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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