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유방암·韓 위암·인도 간암
빈도잦은 암발병 데이터 축적
유전체·임상 AI도 동시개척중
각국 배치 왓슨 의료기록수집
환자에 더 나은 진료결정 돕고
阿의료진 판단, 선진국 수준으로
미국 동부 보스턴 외곽에 하버드, MIT 등 명문대들이 밀집한 교육도시 케임브리지가 있다. 이곳 대학촌에서 차로 약 30분 떨어진 한적한 시내에 원조 컴퓨터 회사 IBM의 자부심이자, 현재 주력사업으로 육성 중인 의료 인공지능(AI) 왓슨(Watson)의 고향 ‘왓슨 헬스’ 본사가 자리 잡고 있다. 한국 언론에 본사가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암 진료용 ‘왓슨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종양학)’가 가장 널리 알려졌지만, 의료 AI 왓슨은 형제가 많다. ‘왓슨 지노믹스(Watson for Genomics·유전체학)’, ‘왓슨 임상(Watson for Clinical Trial Matching·임상시험 환자 매칭)’ 등 여러 분야를 IBM은 동시에 개척 중이다.
왓슨은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각 병원에서 수집된 의료 데이터가 본사 서버에 축적되면서 매일 새 지식을 학습한다. 갈수록 더 똑똑해진다는 의미다. 어제의 왓슨과 오늘의 왓슨이 달라지기 때문에 보건당국으로부터 의료기기로 허가받기도 쉽지 않다. 안전성 검사 시점과 보급 시점의 소프트웨어 구성이 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과 한국은 비(非)의료기기, 유럽연합(EU)은 의료기기로 분류했다. 인간 의사와의 판정 일치율만 우수성의 근거로 내세울 뿐 실제 대규모 임상시험 등 과학적 검증 결과가 없다는 비판, 서로 다른 각국의 복잡한 의료 체계와 규제 등 편견과 고정관념을 뚫고 왓슨의 ‘히포크라테스’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AI 시대에는 데이터와 지식을 의사의 통찰력과 접목해야 한다. 의사들은 읽어야 할 의학 저널이 너무 많아 정작 환자에게 쓸 시간은 부족한 ‘빅데이터 도전’에 맞서야 한다. 왓슨은 의사에게 정확한 정보와 통찰력을 제공해 궁극적으로 환자들을 도와줄 수 있다. 환자의 헬스와 의사의 헬스케어를 더 좋게, 바로 왓슨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왓슨이 할 수 없는 일은 사람을 대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더 좋은 의사결정을 하도록 돕는 거지, 대체하는 게 아니다. 의사·약사·간호사·보건공무원·과학자·건강보험 관계자 등 모든 의료 관계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생태계 시스템이다.”
IBM 왓슨 헬스의 부사장이자 최고의료책임자(CHO) 큐 리 박사는 지난 6월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 본사에서 이뤄진 인터뷰의 첫 질문을 이렇게 넘겼다. AI 의사에 도전한 IBM의 고민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사실은 ‘AI 의사’란 표현도 쓰지 않는다. 의사의 최종 결정을 돕는 보조 도구라는 게 공식 설명이다. 의료·법률·금융 등 각 분야의 전문가 지원 AI를 개발할 때 가장 먼저 나오는 반응은 실직 공포다. 밥그릇을 기계가 뺏어가지 않겠냐는 우려다. 왓슨은 환자에게 신뢰를 얻기 전에 먼저 의사로부터 동료로 인정받는 벽을 넘어야 하는 셈이다.
IBM은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왓슨을 통한 ‘의료 민주화’ 선순환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아프리카 등 의사가 없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세계의 의료 사각지대를 기계 의사 왓슨이 해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지 의료진의 판단을 도와 선진국 일류 의사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이다. 왓슨 온콜로지가 글로벌 의료체계에 보급되면 미국의 유방암, 한국의 위암, 인도의 간암 등 국가·인종별로 다른 전 세계의 의료 데이터를 축적해 공동 연구하는 기반도 강화된다고 역설한다.
왓슨이 환자 개인별로 딱 맞는 치료법을 찾아 의사에게 보여 주는 ‘정밀 의료’, 의학 논문 등 추천의 의료적 근거도 제시하는 ‘설명 가능 AI’ 또한 장점이다.
미국(케임브리지)=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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