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네스 힐쉬베르거의 ‘서양철학사’를 50번 읽고 철학에 눈이 뜨였다는 국내 철학자도 있지만, 인문학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정리하고 싶은 철학사를 그런 ‘무데뽀’ 식으로 따라하긴 어렵다. 철학사가 ‘개념의 축적’ 자체인 만큼 철학 공부의 바탕이지만 이를 연속적이고 일관성 있게 정리하기란 쉽지 않다. 이 고민에 대한 철학자들의 공통된 조언은 역사 혹은 역사적 ‘사건’과 연결해 공부하라는 것이다. 철학은 당대 현실의 문제, 즉 역사 속에서 ‘질문’하며 형성돼온 학문이지 않은가.
‘1권 고대·중세 편’에 이어 나온 움베르토 에코 편저의 ‘경이로운 철학의 역사 2:근대 편’은 그런 점에서 매우 유용한 책이다. 철학자이자 기호학자, 소설가인 현대의 ‘인문학 천재’ 에코가 볼로냐대 철학과 교수인 리카르도 페드리가와 함께 전체 틀을 짜고 집필에 일부 참여한 책은 당대의 역사적 ‘사건’들과 연결된 철학적 사유의 변전 과정과 철학사적 단락, 그것을 이끈 기라성 같은 철학자들을 다룬다. 그뿐 아니라 미술·음악·문학·건축 등 예술과 예술가, 종교(개혁), 천문학 등의 과학, 신대륙 등 지리상의 발견과 탐험, 하다못해 점성술과 질병 등 당대의 총체적인 역사·문화 및 사건이 어떻게 철학과 영향을 주고받으며 새로운 관계를 형성했는지를 종합세트로 드러낸다. ‘역사 스토리’와 동떨어지지 않으니 개념의 이해가 수월하고 축적도 잘 된다.
‘지속과 단절’ ‘근대의 탄생’부터 ‘상식과 이성의 시대’ ‘이성의 그림자에서 칸트의 사유까지’ 모두 8개 장에 걸쳐 60개 가까운 챕터에 두 편저자를 비롯해 그들이 선정한 주제별 전문연구자 수십 명이 집필에 참여해 깊이를 더했다.
1492년 신대륙 발견, 1517년 종교개혁의 시작, 1543년 우주관을 뒤집는 지동설의 출현 등 15∼18세기의 유럽은 독보적인 사상들이 대폭발할 수밖에 없는 현실의 변화가 있었다. 책은 근대를 열어젖힌 르네상스라는 관문을 거쳐 ‘신학’에서 벗어나 또렷한 현실감각을 가지고 행동하는 근대적 사상의 출현을 다룬다. 그 과정에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 코페르니쿠스, 프랜시스 베이컨, 갈릴레오 갈릴레이, 데카르트, 뉴턴, 마키아벨리, 몽테스키외, 볼테르, 장자크 루소, 존 로크, 이마누엘 칸트 등 서양 사상·예술·과학의 거인들을 만날 수 있다. 896쪽, 8만 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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