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처럼 생각하기 / 자크 타상 지음, 구영옥 옮김 / 더숲
광합성 통해 자연 생태계 유지
검소·희생·절제·이타적 자세
혼자 아닌 다른 생명체와 조화
지속 가능성 위기 인류에 귀감
식물을 영원히 이기는 인간은 없다. 씨앗은 “공간이 적절하게 변할 때”까지 휴면하면서 무한정 “성장의 때”를 기다린다. 실레네 스테노필라 씨앗은 3만2000년 동안 시베리아 영구동토층 아래 묻혀 있다 기어이 싹을 틔웠다. 인간이 일으킨 기후변화는 인류를 멸종시킬 수는 있어도 식물의 귀환을 막지 못한다.
이 책의 저자인 프랑스의 식물학자 자크 타상에 따르면, “자연에 질서를 만드는 것”은 인간이 아니다. 나무는 인간보다 세상과 더 많이 교류한다. “기체의 흐름과 지하수의 경로”를 거스르지 않고 유연하게 성장하면서도 광합성을 통해 “공기, 빛, 물이라는 재료”를 유기물로 만드는 일을 하는 나무가 없다면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 대부분은 한순간도 살아남지 못한다. 나무는 지속가능한 생태환경 자체를 창출하며, 이러한 나무의 질서 안에서 생명체 전체가 살아간다. 따라서 나무의 압도적 존재성으로부터 배움을 청하면서 ‘어떻게 하면 나무처럼 생각할 수 있을까’를 겸손히 물어야 한다. 태도를 바꾸고 나면, 명징한 진실이 마음에 떠오를 것이다.
“인간은 숲에서 태어났다. 나무가 우리의 육체와 정신을 만들었다.”
인간 신체 대부분을 현재의 형태로 조각한 것은 나무다. 우리 몸은 나무에서 살아갈 때 거의 다 지금처럼 진화했다. 허리·등·목을 구부릴 수 있는 유연한 척추, 곧게 뻗은 사지, 부드럽게 펴지는 손, 예민한 감각을 가진 손가락, 오므릴 수 있는 엄지, 열매·잎·씨앗·벌레·짐승 등 숲이 주는 온갖 식량을 먹기 좋게 진화한 치열, 먹이를 발견한 후 가지를 건너뛰려고 색깔을 구분하고 거리를 가늠하는 과정에서 발달한 시력… 등은 인류가 나무 위의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다.
나무와 공존할 때, 우리 마음은 본래 능력을 회복한다. 숲이 우거진 곳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은 집중력이 높아지고, 탐구심과 창의성은 늘어나며, 자존감과 협동심은 강해진다. 나무는 우리 마음을 안정시키고, 스트레스를 줄여 주며, 면역력을 강화해서 신체 회복을 돕는다. 도심을 산책하는 노인들보다 숲길을 산책하는 노인들이 적어도 5년은 더 산다. 범죄를 줄이려면 인간을 교정할 것이 아니라 공원을 조성해 도시 풍경을 바꾸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도심 한가운데 나무가 울창해지면, 범죄율이 떨어진다. 책에 따르면, 2010년 한국 연구진이 학생 30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숲·공원·정원 같은 녹지대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쁨이나 즐거운 감정에 관여하는 대뇌변연계가 활성화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나무를 좋아하는 기질”을 타고났다.
“인간과 나무는 다르지 않지. 빛을 향해 높은 곳으로 오를수록 더 깊은 땅속에 뿌리를 박는다.” 니체의 말이다. 이처럼 우리 정신의 탐구방향은 나무를 닮았다. “나무는 우리의 정신적 여정에 자주 동행한다.” 인류 최초의 지식은 나무와 공생 과정에서 생물 영감과 생체 모방을 통해 획득한 듯하다. 물건에 달린 손잡이는 과일이 주렁주렁 달린 기다란 줄기 모양이고, 가죽 물통 역시 과육이 가득 찬 열매와 비슷하다. 우리는 줄기에서 가지가 뻗는 것과 비슷하게 보편에서 특수로 나아가면서 사유하기를 즐기고, 계통수에서 보듯 지식과 정보를 나무 형상으로 구조화하려 한다. “산에서 바다로 흐르는 하천 모양” 등 자연에서 나무와 닮은꼴을 발견할 때마다 경이와 아름다움을 느끼고, 신단수의 경우처럼 심지어 숭배의 대상으로 삼기도 한다.
하지만 나무처럼 생각하는 기술 중 인간이 시급히 배워야 할 것은 공생의 기술, 즉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한 협력의 기술”이다. “나무는 언제나 혼자가 아니다.” 나무는 자신 또는 세상과 조화를 이룬다. “번갈아 싹이 트거나 땅속줄기가 올라오는 형태”로 나무는 재생산되는데, 하나하나의 싹과 줄기가 고유성을 잃지 않는 동시에 나무 전체의 생명운동과 분리되지 않는다. 또한 나무는 다른 생명체와의 공존에도 능숙하다. 가령, 나무는 뿌리와 얽혀 있는 균사를 통해 지하세계를 멀리 탐사해서 질소·인·칼륨 등 미량원소를 흡수하고, 그 대가로 자신이 만든 당 전체의 20∼40%를 균사에게 내어준다. 개인의 가치를 과대평가한 현대인들이 지나친 경쟁에 몰두한 탓에 개인과 공동체의 조화에 자주 실패하는 것과 얼마나 대조적인가.
저자에 따르면, ‘공생의 고수’인 나무는 “검소함, 자기희생, 절제, 이타성과 무한성” 속에서 살아간다. 결국 나무처럼 생각한다는 것은 이러한 삶의 태도를 배우는 일이다. 나무의 행성에 살면서도 이 사실을 망각하고, 지속 가능성의 위기에 빠진 우리의 삶을 돌이킬 해결책이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208쪽, 1만4000원.
장은수·이성과감성콘텐츠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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