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열 한국국제정치학회장이 지난 8일 인터뷰가 끝난 뒤 동아시아연구원(EAI) 로비에서 1980년대 미국 시카고대 유학 시절 등을 이야기하면서 웃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손열 한국국제정치학회장이 지난 8일 인터뷰가 끝난 뒤 동아시아연구원(EAI) 로비에서 1980년대 미국 시카고대 유학 시절 등을 이야기하면서 웃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일본학 시작하게 된 계기

“당시 美, 日을 도전세력 여겨
새로 공부해야겠구나 생각해”


손열 한국국제정치학회장이 동아시아, 특히 일본을 전공하게 된 것은 우연한 만남 때문이었다.

1980년대 말 미국 시카고대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던 시기에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교수와 이매뉴얼 월러스틴 예일대 석좌교수, 폴 케네디 예일대 교수 등 기라성 같은 학자들의 강연을 접하게 된 것. 후쿠야마 교수는 1980년대 말 구소련 등 동구권 몰락을 민주주의의 승리로 규정한 ‘역사의 종언’ 저자이며, 월러스틴 교수는 헤게모니(패권) 순환 개념을 담은 ‘세계체제론’을 창안했다. 케네디 교수는 역대 강대국의 부상과 몰락을 다룬 ‘강대국의 흥망’을 집필했다. 손 학회장의 이 같은 ‘지적’ 만남은 결국 1990년대 미·일 경제 마찰을 주제로 한 박사학위 논문으로 이어졌다.

―일본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

“박사 과정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1989년 베를린장벽이 무너졌는데, 당시 시카고대 캠퍼스에서 유명 학자들이 줄줄이 강연했다. 그때는 얼마나 유명한 사람들인지 잘 몰랐는데, 이를테면 후쿠야마 교수가 대학에 와서 ‘역사의 종언’을 발표했다. 곧이어 강연하러 온 사람이 폴 케네디 예일대 교수다. 케네디 교수는 “제국 사이클이 100년마다 온다. 강대국은 경제력이 군사력을 이끌고, 이 군사력으로 제국이 과다 팽창하면 쇠퇴한다”면서 미국은 과다 팽창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다음에 월러스틴 교수가 강연했는데, 청중 한 명이 9개 언어를 구사하는 월러스틴 교수에게 “21세기 언어 중 하나를 배운다면 뭘 하겠냐”고 질문했는데 “일본어를 해야 한다”고 답하더라. 그때 나는 ‘아, 일본이 세계사의 주역으로 올라오나 보다’고 생각해서 일본 공부를 시작했다. 미국에서 공부하다 보니 미국 사회가 도전세력으로 일본을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일본을 좀 새로 봐야 할 필요가 있구나 생각했다.”

―지금의 미·중 전략 경쟁과 매우 닮은 꼴이다.

“그때 또 기억나는 게 당시 일본 도시바가 소련에 최첨단 잠수함 장비를 판 적이 있다. 그러자 미국에서는 대소련 봉쇄 상황에서 일본이 독자노선을 걷는 게 아니냐면서 ‘제2의 스푸트니크’ 사태라고들 했다. 스푸트니크는 러시아의 인공위성인데, ‘제1의 스푸트니크’ 사태가 만들어낸 게 미국 아폴로 우주선의 달 착륙이다.”

―역사가 되돌아오는 느낌인데, 그때와 지금 미·중 전략 경쟁과의 차이가 있다면.

“좀 더 심각하게 역사가 되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차이도 있다. 미국이 1980년대 일본을 심하게 흔들었어도 일본은 자유주의와 개방을 기본원칙으로 하며 자유주의 국제 질서를 강화하는 쪽으로 갈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또 일본은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사생 결단으로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런데 이 두 개가 지금은 다 바뀌었다. 미국 자체가 국제 질서의 교란자이다. 또 미·중 갈등은 패권경쟁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1980년대 미·일 관계와는 질적으로 다른 측면이 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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