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경제보복에도 미국의 침묵은 계속되고 있다. 마땅한 대응카드가 없는 한국 입장에선 미국의 중재에 기대를 걸고 미국 마음을 잡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은 일본과 미국 간 ‘사전 교감’ 아래 진행되는 것이라는 분석이 일각에서 나온다. 믿고 싶지는 않지만 제법 그럴듯한 근거를 제시한다. 이 같은 분석의 근거는 크게 3가지다.
첫째, 한국 반도체를 타깃으로 한 이번 경제보복으로 미국 업체들이 얻게 될 반사이익이 꽤 있다는 것.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세계 D램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의 소재 수출규제로 한국산(産) D램 공급에 차질이 생긴다면 최대 수혜업체는 세계 D램시장의 23%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 마이크론사가 된다. 낸드플래시는 한국이 없으면 일본 도시바에 이어 미국 웨스턴디지털·마이크론으로 수요가 돌아간다. 둘째, 미국과 경제패권 경쟁을 펼치고 있는 중국을 길들이는 레버리지로 활용이 가능하다. 지난 5월 미 상무부로부터 거래 제한 대상업체로 지정돼 인텔·마이크론 등 미 반도체 업체로부터 공급이 차단된 중국 화웨이는 현재 삼성·SK하이닉스로 주문을 돌리고 “반도체를 더 달라”며 물밑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업체들마저 반도체 공급에 차질이 생긴다면 중국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되고, 미국과 일본 반도체업체의 처분에 더 목을 맬 수밖에 없다. 셋째, 경제보복은 그동안 북한산 석탄 밀반입·석유제품 불법 환적 등 대북 제재 뒷구멍 의혹을 받아온 한국의 군기를 다잡는 기회로도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일본이 이번 경제보복 조치를 놓고 ‘안보상 부적절한 사안’을 지속적으로 거론하는 것과도 맞물린다.
경제보복에 대한 이 같은 미·일 교감설은 말 그대로 설(說)이다. 그렇지만 호사가들의 지나친 억측이라고 치부해버리기엔 꺼림칙하다. 미국 우선주의에 철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상 지금 모든 걸 감안해 꼼꼼히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을 것이다. 일본통 원로는 “한·일 갈등에 불개입을 고수해온 트럼프가 굳이 어느 한쪽 편을 들어야 한다면, 일본 손을 들어줄 확률이 99%”라고 단언한다. 만약 이게 현실화한다면 너무도 참담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 모든 건 문재인 정부가 펼쳐온 탈미반일(脫美反日) 정책의 업보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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