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측에서 유엔군사령부 기능을 강화하고, 실제 참여국도 확대하려는 흐름이 뚜렷하다. 6·25전쟁을 수행했던 주체인 유엔사(司)는 1978년 한·미연합군사령부 창설에 맞춰 작전통제권을 이양한 뒤 판문점과 일부 후방기지 관리 등 상징적 기능만 수행해왔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일이다. 무엇보다 유엔사 재활성화 논의가 전시 작전통제권을 한미연합사에서 다시 한국군에 넘기는 문제와 연동된 것으로도 보여 더욱 그렇다. 한미연합사가 한국군 대장의 지휘 아래로 들어가는 것에 맞춰 주한미군은 유엔사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려 한다는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주한미군사령부가 11일 발간한 ‘2019 전략 다이제스트’를 보면, 이런 경향이 더 확고해졌다. 과거에 없던 ‘일본을 통한’이란 문구가 처음 등장했다. 무엇보다 실제로 유엔사의 독자적 활동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최초로 미국인이 아닌 캐나다 육군 중장이 유엔사 부사령관으로 취임한 데 이어, 올해는 호주 해군 소장이 부사령관에 임명됐다. 또, 주한미군 소속 장교가 겸임하던 참모장도 최근엔 인도·태평양사령부에서 별도로 파견했다. 전력 제공국 중심으로 구성된 캐나다 밴쿠버 외교장관회의가 지난해 1월 열렸으며, 로버트 에이브럼스 유엔군 사령관은 지난해 9월 미 의회에서 “남북대화는 계속할 수 있지만, 모든 것은 유엔사에 의해 중개·심사·사찰·이행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다이제스트에 ‘하나의 군대:세 개의 사령부’ 항목이 신설된 것도 심상치 않다. 유엔사·한미연합사·주한미군의 ‘삼위일체’와 한국군과의 구분을 강조하는 것으로도 비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유엔사 강화에 부정적이다. 지난 1월 유엔사가 평시 직위 99개 중 최소 20개를 한국군이 맡아줄 것을 요청했으나, 응하지 않고 있다. 독일을 전력 제공국에 포함하려 했으나, 한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평화협정이 맺어지면 유엔사는 존재 기반을 잃는다. 종전(終戰)선언으로도 해체 공격에 시달릴 것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종전’에 집착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만남에 대해 문 대통령은 ‘적대관계 종식’이라고 했다. 유엔사를 놓고도 한·미 엇박자가 점차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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