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 前 한국경제학회장

최근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향후 12개월간 한국 기업의 신용도 하락을 경고했으며, 국내 신용평가사인 한국신용평가도 12개 기업의 장기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기업의 신용도 하락은 국제통화를 가지지 않은 신흥 시장국에는 매우 중요한 위기 신호다. 신용도가 낮아지면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출될 뿐 아니라, 기업에 대출해 준 금융회사의 신용도까지 떨어지면서 해외에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기업 신용도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영업이익 감소에 있다. 지난해부터 한국 기업의 영업이익은 줄고 있다. 국내적으론 과도한 임금 인상과 노사 분규로 비용이 늘었으며, 국제적으론 미·중 무역분쟁과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수출이 급감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최근 일본의 수출 규제로 성장률이 크게 둔해져 기업의 영업이익은 더 줄어들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먼저, 일본과의 협상을 통해 수출 규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우리는 부품과 소재의 일본 의존도가 높다. 장기간이 걸리는 소재의 기술력을 높이기도 어렵고, 글로벌 공급 체인이 작동하는 현행 국제 생산 체제를 고려하면 단기간에 대일 의존도를 낮추기도 어렵다. 정부는 무역 보복보다는 협상을 통해 일본의 수출 규제를 해결해 기업 부담을 줄여야 한다. 금융 규제로의 확산도 경계해야 한다. 일본 금융회사의 국내 대출 비중이 높지는 않지만, 국제통화를 가진 일본이 금융 규제를 단행할 경우 우리 외환시장은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국제 금융시장은 국제통화를 가진 국가의 금융 규제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베리 아이켄그린 UC버클리대 교수는 이를 ‘국제통화를 가지지 않은 원죄(original sin)’라고 말한다.

다음으로, 성장률 둔화를 막는 데 주력해야 한다. 신용평가사들은 기업 신용도 하락의 가장 중요한 원인을 성장률과 같은 거시경제지표 둔화에 두고 있다. 실제로 외국의 전망 기관 중에는 올해 우리 성장률을 2%나 그 이하로 전망하는 기관이 늘어나고 있다. 정책 당국은 급격한 성장률 둔화를 막을 수 있도록 거시는 물론 미시 경제정책 수단을 모두 동원해야 한다. 확대재정 및 통화정책과 기업 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조세 및 규제 완화 정책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 기업은 일자리를 만들고 혁신을 통해 성장률을 높이는 주체다. 정책 당국은 기업의 긍정적인 역할을 유도하면서 동시에 경기를 살려 기업의 영업이익이 줄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할 때 기업 투자가 늘어나면서 성장률 또한 높아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노사가 협력해야 한다. 기업은 경영을 효율화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수출시장을 개척해 무역 분쟁으로 인한 수출 감소를 막아야 하며, 노동계 또한 악화한 대외 경제 여건을 인식해 과도한 임금 인상과 노사 분규를 자제해야 한다. 노사가 협력할 때 기업의 신용도 하락을 막아 경제 위기 진입을 피할 수 있다.

우리 경제는 중국의 추격으로 주력 산업의 경쟁력이 약해지면서 일자리가 줄고 성장률이 둔해지고 있다. 최근 미·중 무역 분쟁에 일본의 수출 규제까지 겹치면서 추가 성장률 둔화로 기업 영업이익 감소가 우려되자 국제신용평가사는 우리 경제에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 외환위기 때도 그랬지만 위기는 기업의 신용도 하락에서 시작된다. 기업 신용도가 떨어져 우리 경제가 위기로 들어가지 않도록, 정치권과 정책 당국 그리고 기업과 노동계가 힘을 합치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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