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사판 ‘라이온 킹’은 동물 캐릭터들을 컴퓨터그래픽과 시각적 특수효과로 생생하게 구현해 냈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실사판 ‘라이온 킹’은 동물 캐릭터들을 컴퓨터그래픽과 시각적 특수효과로 생생하게 구현해 냈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 17일 개봉하는 실사판 ‘라이온 킹’

휘날리는 갈기와 미세한 근육
다큐멘터리 능가하는 CG기술
실제 아프리카 초원에 있는 듯

동물들 입모양까지 정확해도
특유의 감정 표현하기엔 무리
코믹 캐릭터 비중도 되레 줄어


‘알라딘’을 시작으로 ‘토이스토리4’ ‘스파이더맨:파 프롬 홈’까지 돌풍을 일으키며 승승장구 중인 디즈니의 흥행 마법이 ‘라이온 킹’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오는 17일 개봉하는 실사판 ‘라이온 킹’은 1994년에 나온 동명 애니메이션의 서사를 그대로 가져오며 광활한 아프리카 초원 배경에 컴퓨터그래픽(CG) 동물 캐릭터를 얹어 생생한 화면을 만들어냈다. 실사판이라고 하지만 정확히 실사 영화는 아니다. CG와 시각적 특수효과(VFX)로 모든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스크린 가득 붉은 해가 떠오르며 주제곡 ‘서클 오브 라이프(Circle of Life)’가 흐른다. 프라이드 랜드의 동물들이 거대한 바위 아래 모여들고, 개코원숭이 주술사 라파키가 사자왕 무파사의 아들 심바를 들어 올려 후계자의 탄생을 알리는 의식을 할 때면 25년 전 추억이 소환되며 심장박동이 빨라진다. 이후 118분 동안 삼촌 스카의 음모로 아버지를 잃은 아기 사자 심바가 고향을 떠나 새 친구 품바와 티몬을 만나 성장하고, 옛 친구 날라의 도움으로 왕위를 되찾는 과정이 이어진다.


초원의 햇살 아래 반응하는 빛과 그림자, 질주하는 동물들의 리듬과 미세한 근육의 떨림, 바람에 휘날리는 갈기, 그리고 사람 같은 영혼이 느껴지는 야수의 눈동자 등 마치 ‘동물의 왕국’ 다큐멘터리를 그대로 옮겨온 듯 웅장하면서도 섬세한 화면은 놀라움을 선사한다. 이 모든 게 디즈니가 창조한 ‘라이브 액션(Live Action)’, 즉 CG로 만든 허구라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스튜디오에 동물을 가져다 놓고, 그 움직임을 일일이 손으로 그리던 디즈니는 이제 곤충의 작은 날갯짓 하나도 실감 나게 제어가 가능한 기술의 경지에 올랐다.

제작진은 동물 이동을 포함한 아프리카의 여러 현상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시청하고, 미국 플로리다 디즈니 애니멀 킹덤에서 사자, 하이에나, 멧돼지 등을 관찰했다. 또 2주간 아프리카에 머물며 헬리콥터와 사파리 랜드 크루저를 동원해 동물의 종, 바위 색깔, 일출과 일몰, 식물의 종류 등을 1t이 넘는 카메라로 12.3TB 분량의 사진을 촬영했다. 어린 심바의 포효를 표현하기 위해 사운드 담당자가 독일 마그데부르크 동물원으로 가 새끼 사자 울음소리를 녹음하기도 했다.

실사판 ‘정글북’을 연출했던 존 파브로 감독은 실사 영화 기법과 포토리얼 컴퓨터생성화상(CGI)을 합친 혁신적인 기술을 적용해 ‘라이온 킹’을 완성했다. 그는 게임 엔진 내에서 환경을 디자인했고, 최첨단 가상현실(VR) 도구를 이용해 가상 세트 안을 걸어 다니며 아프리카에서 심바와 함께 서 있는 것처럼 샷을 설정했다.

문제는 영화가 관객에게 주는 감동이다. 사실적이고 아름답지만 그 안에서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첨단 기술과 예술적 감동 사이의 괴리다.

‘라이온 킹’을 성공시킨 뮤지컬 ‘넘버’가 흘러나올 때 이런 괴리감이 특히 강하다. ‘서클 오브 라이프’를 비롯해 ‘비 프리페어드(Be Prepared)’ ‘하쿠나 마타타(Hakuna Matata)’ ‘캔 유 필 더 러브 투나잇(Can You Feel the Love Tonight)’ 등 주옥 같은 명곡들이 나오지만 왠지 허전하다. 동물들이 입 모양을 정확하게 맞춰 불러도 뮤지컬 특유의 감정을 전달하기엔 역부족이다. 노래는 공연자의 목소리는 물론 표정과 몸짓, 상대의 반응 등으로 확장되기 마련인데 그런 느낌이 없다. 아무리 완벽하게 CG를 구현했다 해도 진짜 같은 사자와 돼지, 미어캣이 인간적 감정을 표현하기엔 무리다.

디즈니는 날라의 목소리 연기를 팝의 디바 비욘세가 맡았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으나 비욘세가 부르는 ‘캔 유 필 더 러브 투나잇’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심바와 날라가 다시 만나 어우러지는 장면을 배경처럼 쓰면서 그 위로 비욘세의 노래가 내레이션 형태로 흐르기 때문이다.

코미디를 담당하는 품바와 티몬의 캐릭터도 밋밋하다. 품바와 티몬은 전형적인 영웅 서사구조로 전개되는 이야기를 보완하는 캐릭터로, 애니메이션보다 등장하는 분량이 늘어났지만 비중이 오히려 작아졌다.

해외 매체들은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영국 가디언은 “사람 같기도 하고, 사자 같기도 한 영상합성 복제기술이 그렇게 대단하지는 않다”며 별점 5개 만점에 3점만 줬다. 인디와이어는 “‘라이온 킹’ 리메이크는 이상한 계곡으로 형편없이 급강하했다”고 썼다.

김인구·김구철 기자 clark@munhwa.com
김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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