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지정 탈락’ 서울 자사고 8곳
선행학습 방지 등 노력 부족탓
세부 평가내용 오늘중에 전달
자사고 학생에 직접 입장 설명
강남8학군 부활 우려 근거없어
노원, 자사고 없지만 선호 학군
자녀 특목고 ‘내로남불’ 비판
겸허하게 반성하고 죄송하다
과학고·마이스터고는 살려야
잠재력 가진 학생 존중 받아야
화합적 성격…갈등의제에 부담
공격적 정치 부응할 역량 없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12일 서울 중구 퇴계로 충무아트센터에서 문화일보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수월성 교육(우수학생을 위한 맞춤형 교육) 요구를 존중하되, 평등성 기조를 훼손하지 않도록 하는 ‘공존의 방식’을 추구하고 싶다”고 밝혔다. 최근 서울 지역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8곳의 재지정 탈락 평가와 관련해 논란의 한복판에 서 있는 조 교육감은 이날 수월성 교육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일선 교육현장에서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앞으로 어떻게 반영될지 주목되고 있다. 조 교육감은 자사고와 외국어고는 중장기적으로 폐지하되 과학고·마이스터고(기술 장인을 육성하기 위한 특수목적고)는 보완을 통해 육성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조 교육감과 면담을 요구하는 자사고 학생의 청원이 답변 기준인 ‘1000명 이상’ 동의를 받아 조 교육감은 앞으로 자사고 학생들에게 직접 자사고 문제에 대한 이 같은 입장과 보완책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조 교육감은 자녀가 외고에 다녔던 것을 ‘위선’이라고 비판하는 시각에 대해서 “흠결에 대한 비판은 겸허하게 수용하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자사고와 외고 폐지가 시대정신이라고 언급했는데….
“자사고 폐지를 평등교육이라고 보지만 수월성 교육과 상호 대립하는 개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수월성 교육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점수를 잘 받는 게 아니라 학생마다 잠재력이 다르고, 태생이 우수한 잠재력을 가진 학생들의 능력을 다양한 방식으로 최대한 실현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평등 교육과 이른바 수월성 교육을 추구하는 학교가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평등 교육, 수월성 교육을 놓고 봤을 때 평등 교육의 큰 기조 속에서 수월성 교육이 꽃피우는 교육을 소망한다고 말씀드린다. 수월성 교육 공간을 존중하면서, 그것이 평등교육 기조를 훼손하지 않도록 하는 ‘공존의 방식’을 추구하고 싶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심지어 수월성 교육 요구조차도 다양성 속에서 반영해야 한다. 예를 들어 수학을 잘하는 학생은 수학2 과목을 통해서 들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문제는 대학과 달리 고교 규모가 작아서 다양성에 한계가 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대학과 연계해서 자사고 폐지를 우려하는 학부모의 요구를 수렴하고 싶다.”
―탈락한 서울지역 자사고 8곳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충격이 크다.
“이번 평가를 종합 평가하면 6개 영역 중에 학교운영 및 교육과정 영역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감점을 받았다. 가장 중점적으로 평가했던 항목은 자사고 지정목적에 맞게 학교가 운영되고 있는가의 문제였다. 건학이념이나 자사고 지정 목적에 맞게 실천하려고 노력했는가, 다양한 선택과목 개설과 선행학습 방지 등을 위해 노력했는가. (지정취소된 학교들은) 이런 부분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저희는 오히려 2014년과 비교해 보면 5년 전과 대상 학교 수가 거의 일치하는 것에 놀랐다. 어떻게 보면 지표도 유사한 상황에서 평가하는 기준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5년 동안 교육활동 개선을 위한 노력이 충분히 진행되지 않은 게 아닌가. 저는 초반에 교육부 안이 내려왔을 때 한마디 했다. 교육 표준안에 철저히 따르라. 재량 지표 부분에 있어서도 2014년에 따르고 지표 하나만 더 넣는 정도였다. 재량 평가 영역도 (2014년 평가와) 4개는 같고 하나만 다르다. 솔직히 서울에서는 민감하다. 지표를 바꾸는 게 민감하므로 평가 공정성 시비 논란을 생각해 둔 것이다.”
―32개 지표별 세부 평가 내용을 일반에도 공개할 생각은 없는가.
“해당 학교에는 15일까지는 전달하기로 했는데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간접적인 방식으로 공유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학교에서 공개하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본다. 고교 서열화를 방지하기 위해 자사고 폐지 정책까지 있는 마당에 이를 점수로 서열화하는 것이 꼭 좋겠는가. 2020년 신입생 모집에도 문제가 생긴다. 자사고 의견을 존중하기도 하고 서열화 방지 교육철학에도 (공개하는 게) 맞지 않다고 본다. 또 평가위원을 공개하면 사생활 자유 침해와 신상털이 부작용이 우려된다. 앞으로 재판에 들어갈 경우 재판부가 법적 판단을 위해 제공을 요구하면 제출이 되겠지만, 현재로서는 공개 방향은 갖지 않고 있다.”
―자사고 재지정 평가 방식과 관련해 학생이 선택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자사고가 국가 교육과정에 차지하고 있는 맥락이 달라지고 있다고 본다. 2015년 교육과정 입장에서 볼 때 일반고는 자사고에 준하는 교육 자율성을 갖게 되고,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자사고 같은 분리교육이 아니라, 통합교육 과정의 다양성 속에서 학부모들이 자사고를 통해서 기대하는 점을 성취하도록 하는 것이 우리 시대 현시점에서 타당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자사고는 다양한 운영과정을 목적으로 설립한 한시적 학교다. 5년마다 재지정 평가하도록 한 이유다. 한시적 특례를 종료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 학생·학부모의 선택도 존중돼야 하지만, 서열화된 학교 중에 선택하는 것보다는 학생의 흥미와 적성, 진로를 고려한 교육과정 선택이 돼야 하지 않겠는가.”
―문재인 정부 고위 공무원과 진보 교육감 자녀 중 외고 등 특수목적고를 다닌 경우가 많다. 조 교육감도 예외는 아닌데.
“‘사다리 걷어차기’ ‘내로남불’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 겸허하게, 반성하고 있고, 죄송하다. 자사고 폐지를 주장하는 나 자신이 도덕적 기준에 더 확실하게 부응하면 좋겠지만, 여러 가지 부족한 사람들이 한 시대에 요구되는 교육 과제, 공적 목표를 추구하는 것도 사실이다. 개혁적 정책을 추진하는 사람들의 흠결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는 겸허하게 수용하는 입장이다. 그런 흠결에도 불구하고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교육 과제를 누군가는 추진해야 한다.”
―자사고가 폐지되면 강남 쏠림 현상과 고교서열화가 심해질 거란 분석도 있다.
“최근 2년 강북 지역 자사고 지원 학생 지원율은 1대 1이고, 일반고와 다를 바가 없다. 노원구의 경우 자사고가 하나도 없지만, 강북 교육 1번지 학교 선호 지역이다. 이를 볼 때 지역 내 자사고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있다는 것은 근거가 없다. 전체 서울 지역을 보면 95.5%가 인근 지역 고교를 지원한다. 강남 자사고 입학 학생 중 외부 지역 학생은 10% 내외에 불과한 것을 보더라도 8학군 부활로 연계시키는 것은 객관적 근거가 없다. 영화 ‘기생충’에서 보듯 계층화된 각 집단은 자녀교육과 관련, 분리된 트랙을 요구하게 된다. 그렇게 하다 보면 ‘교육 카스트’ 제도가 출현할 수도 있다. 재벌가 자녀, 택시운전사 자녀가 하나의 학교에서 부딪히면서 성장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의 고교학점제가 100% 해결책은 아니지만, 다양한 선택은 존중하고 선택 속에서 일정 부분의 수준별 수업이 가능할 수 있다고 본다. 대학도 보면, 우수한 학생, 그렇지 않은 학생이 공존하지 않는가.”
―외고, 과학고, 마이스터고, 국제중고도 폐지해야 한다고 보는 건가.
“사실 과학고는 논외다. 과학고는 아직 존재론적 논란이 있다고 보진 않는다. 저도 선거 과정에서나 공약에서 과학고의 존재론적 논란을 제기한 적이 없다. 서울시 교육감 1기 때 자사고 문제로 씨름했었는데,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시도했지만 어떻게 보면 (교육부가) 억지로 못하게 막았던 지점이 있다. 행정 합리성을 가지고, 4년 동안 실험해 왔기 때문에 국민적 의제가 됐고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 됐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외고 ·과학고·국제중고도 평가의 합리성에 따라 엄중하게 진행되는 게 맞는다. 하지만 현재 전혀 예단을 갖고 있지 않다. 과학 수월성 교육으로 치면 우리 과학고에 국제 과학올림피아드 1, 2등 학생들이 있다. 그런 학생들도 존중받아야 하고 그런 잠재력은 꽃피워야 한다. 마이스터고 폐지는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이 언급했는데 저는 그렇게 동의하지 않는다. 마이스터고는 특성화고가 벤치마킹 할 수 있는 조금은 더 우수하고 특수한 학교로 특성화고와 공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처우개선을 주장하며 ‘급식 파업’에 나섰는데.
“학생, 학부모들이 불편을 느끼고 우려한 부분은 있다. 노동 우호적인 진보 교육감으로서 재정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매년 정기상여금, 명절 상여금, 복지 수당 등 개별 아이템을 가지고 갈등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교육부 주도로) 교육공무직 임금체계를 설계하는 게 필요하다.”
―서울시 교육감이 교육을 정치에 이용하고 있다는 비난도 나온다.
“제가 교육감을 하면서 가장 갈등하는 게 1980년대 학자로서 논쟁할 때 글을 보면 공격적으로 썼는데, 성격이 화합형 캐릭터다. 있는 갈등도 화합하려고 하는데 자사고 등 갈등적 의제를 책임지고 추진해야 하는 위치에 있어서 개인적으로 심리적 스트레스가 있다. 저는 갈등적이고 공격적이고 집단 패싸움 같은 정치에 부응하는 역량은 없다.”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성공회대 교수 출신으로 참여연대 초대 사무처장과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의장을 지냈다. 대학생 때에는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1년간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약력 △전북 정읍(63) △중앙고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연세대 사회학 석·박사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참여연대 사무처장 △20~21대 서울시교육감
인터뷰=이관범 차장(사회부) frog72@munhwa.com
정리 = 윤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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