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 국가에 먼저 신청을”
망명 자격에 새 규정 추가

“4인방, 美 싫으면 떠나라”
反이민 중산층 결집 노림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멕시코를 단순 경유해 미국으로 들어오는 중미 이민자들의 망명을 사실상 차단하는 내용의 규정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유색 여성 하원의원 4인방에 대해 “미국이 싫으면 떠나라”며 “사과하라”고 역공을 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행보는 2020년 대선을 앞두고 반이민 이슈 등을 통해 전통적 공화당 지지층인 백인 중산층을 결집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미 법무부와 국토안보부는 15일 공동성명을 통해 “남부 국경을 통해 미국에 들어오거나 들어오기를 시도하는 외국인에 대한 망명 자격에 새로운 규정을 추가했다”며 “미국으로 향하는 도중 거친 제3국 중 최소한 한 국가에 박해나 고문에 대한 보호를 신청하지 않은 외국인은 망명을 신청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는 과테말라와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3개국으로 대표되는 중미 이민자들이 경유하는 국가(멕시코 등)에 망명신청을 먼저 하도록 함으로써 무작정 미국 남부 국경에 몰려와 입국하려는 상황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미다.

윌리엄 바 법무장관은 성명에서 “새로운 규정이 시행되면, 미국에 입국하기 위해 망명 시스템을 이용하려는 이들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케빈 매컬리넌 국토안보장관 대행도 “미국으로의 이민을 촉발하는 중요한 요인을 줄이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 법률은 난민이 어떤 방식으로 미국에 도착하든 망명을 신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법적 공방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연례 미국산 제품 전시회’에서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뉴욕) 의원 등 민주당 유색 여성 하원의원 4인방과 관련한 질문에 “그들이 하는 일이라곤 불평뿐이다. 그래서 내가 하는 얘기는, 떠나고 싶으면 떠나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많은 사람이 그들을 그리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의 아마존 뉴욕 제2 본사 설립 계획 반대, 일한 오마(미네소타) 의원의 유대인 단체 비난 및 9·11테러 관련 발언 등을 거론하며 “그들은 우리 나라를 열정적으로 증오한다”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전날 4인방에 대한 발언이 인종차별적이라는 지적에 대해 “그렇지 않다. 많은 이들이 내게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어 “낸시 펠로시(뉴욕) 하원의장이 (내가) ‘미국을 다시 하얗게 만든다’고 했는데 아주 인종차별적인 발언”이라며 “펠로시 의장이 그렇게 말해서 놀랐다”고 역공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2020 대선 유권자들에게 어느 편에 설지를 밝히라고 요구하는 것”이라며 “내년 선거에 들어가면서 자신이 기억하는 미국 태생 백인들의 미국과 인종적으로 다양하고 외국 태생이 점차 많아지는 나라 사이에 깊게 선을 그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김석 특파원 suk@munhwa.com
김석

김석 기자

문화일보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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