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에 지친 사람들이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이야기는 그리 신선하거나 매력적이지 않다. 루저들이 꿈을 이루는 영화는 수없이 나왔기 때문이다.
프랑스 영화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사진)도 뻔한 내용을 그렸지만 뭔가 다른 느낌을 전한다. 되는 일 없고, 가정도 편치 않은 주인공들이 수중발레에 도전하며 소통하는 과정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이 이뤄낸 통쾌한 결과가 진한 감동을 전하지만 공통점이 전혀 없는 남자들이 주변의 차가운 시선을 이겨내며 하나가 되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울림이 더 크게 다가온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별거 없다’는 내레이션으로 아예 기대감을 없애며 시작해 서로 안 맞는 동그라미와 네모가 우여곡절을 겪으며 서로의 틀에 자연스럽게 들어가는 이야기를 풀어냈다. 우울증을 앓는 백수를 비롯해 파산 직전의 바람둥이 사업가, 집에서 나와 캠핑카에서 지내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로커, 자기만의 생각에 빠져 사는 고집불통, 컴퓨터 시스템의 발달로 일이 없어진 수영장 관리인 등 가정과 사회에서 소외된 중년 남성들은 일상의 탈출구로 수중발레를 선택한다. 지도자는 한때 잘나가던 수중발레 선수였지만 파트너가 사고로 운동을 할 수 없게 되자 알코올중독에 빠진 여성이다.
설렁설렁 물속에서 노는 걸 즐기며 연습을 마치고 사우나에 둘러앉아 각자의 과거를 주절주절 늘어놓던 중년 남성 루저 수중발레팀에 목표가 생긴다. 바로 세계남자수중발레선수권에 프랑스 대표로 출전하는 것. 이들은 여성 코치의 지독한 훈련 방식에 불만을 터뜨리면서도 지긋지긋한 일상에서 탈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코믹한 분위기로 전개되는 영화를 보며 피식피식 웃다 보면 묘한 공감이 생기며 그들을 응원하게 된다. 프랑스 유명 배우이자 감독인 질 를르슈가 연출을 맡은 이 영화에는 마티외 아말릭, 기욤 카네 등 낯익은 프랑스 중견 배우들이 출연했다. 지난해 칸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된 작품으로 프랑스 개봉 당시 4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았다. 18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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