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강경화·이도훈 등 만나
印太·호르무즈파병 꺼낼 듯


데이비드 스틸웰(사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16일 취임 뒤 첫 방한을 앞두고 “한·일 관계를 중재(mediate)하거나 관여(engage)할 계획이 없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이는 미국에 한·일 갈등이 더 이상 확전하지 않도록 적절한 관여를 요청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 입장과는 배치되는 것으로, 스틸웰 차관보가 오는 18일까지 한국에 체류하는 기간에도 같은 입장을 유지할지 주목된다.

외교부에 따르면 스틸웰 차관보는 17일 오전 청와대를 방문한 뒤 같은 날 외교부를 방문, 강경화 장관과 윤순구 차관보·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차례로 면담할 예정이다. 스틸웰 차관보의 이번 방한은 취임 뒤 첫 아시아 순방 일환으로, 기본적으로는 각국 당국자들과의 상견례 차원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외교부는 일본이 추가 경제 보복을 공언한 상황에서 스틸웰 차관보의 방한을 한·일관계의 실마리를 풀 계기로 삼겠다는 전략을 세워두고 있다. 문제는 스틸웰 차관보가 우리 정부의 기대처럼 이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메시지를 발신할지 여부다. 현재까지는 가능성은 낮다. 15일(현지시간) 미 국무부가 공개한 스틸웰 차관보의 일본 NHK 방송 인터뷰 내용에서도 스틸웰 차관보는 “한·일 관계를 풀기 위해 이번 순방에서 카운터파트와 논의할 것이냐”는 질문에 “지역에서 양측(한·일)이 협력하는 것을 독려하는 것 외에 중재하거나 관여할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 스틸웰 차관보는 일본의 수출 제한 조치에 대해서도 “그 문제로 자세히 들어가고 싶지 않고, 확실히 중간에 끼어들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한·일이 대화를 통해 현 상황에서 빠져나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이를 위해 미국이 일정한 역할을 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은 것이다.

대신, 스틸웰 차관보는 방한 기간에 인도·태평양전략 동참과 한·미 방위비 분담금 인상, 이란 호르무즈 해협 파병 등 한·미동맹 청구서를 제시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국무부도 스틸웰 차관보의 방한 목적을 “한·미동맹을 더욱 강화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한·미 협력을 증진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힐 정도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
김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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