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류’보다 개인비리 집중

검찰이 김태한(62)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김 대표이사의 횡령 혐의를 영장청구서에 포함시켜 ‘별건 수사’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사건의 ‘본류’인 분식회계 관련 혐의로 검찰 수사가 확대된 가운데 김 대표이사의 ‘30억 원대 횡령’ 혐의가 법원에서도 인정될지 주목된다.

18일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미 4조5000억 원대 분식회계 의혹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김 대표이사 등에게 이례적으로 횡령 혐의를 적용한 데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김 대표이사가 자사주 매입비용의 상당 부분을 회사에서 다시 돌려받는 방식으로 회삿돈을 빼돌렸다고 보고 30억 원대 횡령 혐의를 추가 적용했다. 삼성바이오 상장 과정에서 김 대표이사 등이 자사주를 대량으로 사들인 뒤 차익을 챙겼다는 것이다. 반면 김 대표이사 측은 “현재 삼성그룹에서는 스톡옵션 제도가 없어 대신 경영자에게 성과급 형태로 지급해왔다”며 “검찰이 지적하는 부분 역시 이사회 의결을 거쳐 정당하게 이뤄진 성과급 지급 절차”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삼성바이오 관련 수사를 시작한 지 7개월째 접어들었지만, 수사의 본류인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서는 뚜렷한 결과를 내놓지 않고 개인 비리, 증거인멸 등 별건 수사에 나선 것을 두고 일종의 ‘우회 전략’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복잡한 법리판단이 필요한 분식회계 혐의보다는 우선 횡령, 증거인멸 등 혐의가 법원에서 상대적으로 큰 구속사유로 작용할 수 있을 만한 내용을 골라 적용했다는 분석이다. 그만큼 검찰 측에서도 김 대표이사의 신병을 확보해 이를 발판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그룹 수뇌부 정점으로 수사를 확대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읽힌다. 이미 검찰은 이 부회장 소환 조사에 앞서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미래전략실 전·현직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이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19일 오전 시작되는 법원 심사에서 결정된다. 검찰 관계자는 “횡령 등의 혐의가 포함됐지만, 여전히 분식회계 혐의가 사건의 본질”이라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등 사건의 ‘몸통’에 대한 혐의도 자연스럽게 조사를 통해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희권·김윤희 기자 leeheke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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