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돈 3849억 규모 사이트 운영
9명이 배당금으로 192억 챙겨
또다른 도박사이트 차린 28명
컴퓨터 압수해 부당이득 수사
말레이시아 현지에 사무실까지 차려놓고 수천억 원대 판돈이 걸린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한국인 37명이 무더기로 강제송환(사진) 됐다.
경찰청은 말레이시아 수도인 쿠알라룸푸르 내에서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검거된 불법 도박사이트 해외총책 한국인 이모(41) 씨와 노모(38) 씨 등 2개 조직 조직원 37명을 지난 9일부터 17일까지 차례로 송환했다고 18일 밝혔다. 경찰은 이번 강제송환이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 혐의로 현재까지 이루어진 강제송환 가운데 가장 큰 규모라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 광진경찰서가 수사해 오던 이 씨 등 9명은 지난 2015년 3월부터 쿠알라룸푸르에서 ‘파워볼’을 모방한 도박사이트 ‘나눔365’를 차려 3849억 원 상당의 판돈이 오간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며 192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씨 등은 5분마다 홀·짝 숫자를 추첨하는 ‘파워볼’을 자신들이 운영하는 사이트에 생중계하며 이용자들이 숫자를 예측하게 한 뒤 베팅금의 일부를 받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불법 도박사이트 조직에서 활동한 노 씨 등 28명은 지난 2017년 4월부터 바카라·사다리 게임 등을 운영하는 도박사이트 ‘몽키스’ ‘대작’ 등 다수의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에 대해서는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수사를 해왔다. 경찰은 노 씨가 운영한 불법 도박사이트의 판돈과 부당이득 규모 등을 상세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검거 당시 확보한 컴퓨터 25대, 휴대전화 40여 대 등을 분석해 이들 조직이 챙긴 부당이득 규모를 특정하고 구체적인 혐의를 밝힐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검거 작전은 지난 5월 서울에서 열린 국제 사이버범죄 대응 심포지엄에서 시작됐다. 당시 경찰은 행사에 참가한 말레이시아 경찰 대표단에 검거 단서를 제공하고 공조를 요청했다. 이를 토대로 말레이시아 현지 경찰이 조직원들의 은신처를 발견, 이를 한국 경찰에 알렸고 현지 파견을 통해 합동 검거에 성공했다. 그러나 송환 대상자가 37명에 달해 현지 이민청과 추방 협의에 애를 먹었다. 특히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는 국적 직항기가 1일 1편에 불과한 게 가장 큰 문제로 작용했다. 규정상 강제송환은 국적기 1편에 피의자 2명까지만 태울 수 있기 때문으로, 현지 수용소 구금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결국 양국 경찰은 해외총책 등 주요 피의자 6명은 국적기를 통한 송환 형식으로, 나머지 31명은 현지 경찰의 협조와 통제하에 매일 2회 운영되는 말레이시아 항공편에 탑승시켜 ‘강제추방’하는 형식을 빌렸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함과 동시에 한국 경찰이 이들의 신병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3주 가까이 걸릴 수 있었던 국내 송환은 단 9일 만에 마무리될 수 있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사이버 범죄는 국내에서 저지를 경우 금방 잡히다 보니 태국·필리핀 등으로 많이 빠져나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김수민 기자 human8@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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