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개된 ‘김정은 방탄 벤츠’ 밀수 경로는 대북 제재망(網)이 허물어지고 있음을 재확인하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한국과 일본까지 ‘구멍’으로 드러났다. 국제사회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통해 전략물자는 물론 사치품까지 엄격하게 봉쇄하고 있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전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버젓하게 ‘밀수 벤츠’를 타고 다닌다. 지난 1월 평양에 선보인 ‘벤츠 S 600’은 지난해 6월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선적된 후 중국∼한국∼일본∼러시아를 거쳐 북한으로 들어간 차량임이 미국 민간단체인 선진국방연구센터의 추적 결과 밝혀졌다. 5개국이 불법 환적에 연루됐다는 것은 제재를 무력화할 ‘반(反)제재망’이 형성됐음을 의미한다. 이 네트워크로 탄도미사일이나 핵무기의 관련 부품 등의 밀거래도 다반사로 이뤄졌을 수 있다.

이미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 편에 서서 제재 해제를 촉구하고 있다. 그런데 한·일 양국마저 밀수 네트워크에 포함됐다면 제재망은 구멍이 뚫린 정도가 아니라 찢어진 것과 다름없다. 이미 일본산 레이더·기중기 등도 밀반입돼 미사일 개발 등에 전용됐음이 드러났다. 문재인 정부는 제재 이행보다 완화, 회피 쪽에 무게를 두고 있고, 친정부 단체들은 아예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재개 여론몰이에 나서는 형국이다. 제재 유지는 북핵 폐기를 이끌 유일한 수단이다. 제재 이완은 곧바로 북한의 핵보유국 굳히기를 거드는 결과를 낳는다. 노동신문은 1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의 전략적 지위를 확고히 했다면서 핵 강국임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지난 4월 개정된 북한 헌법에도 핵보유국이 명시돼 있다.

이럴수록 한국은 미국, 일본과 북핵 폐기를 위한 제재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 그런데 한·일은 공조는커녕 전방위 갈등을 벌이고 있다. 한·일 충돌로 덕을 보는 것은 북한인데도 양국은 국내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자해 경쟁에 나선 꼴이다. 미국 하원은 17일 공동의 이익 추구를 위한 한·미·일 3국 협력의 중요성에 대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북한의 도발과 대량파괴무기(WMD) 확산에 맞서기 위한 한·미·일 공조 필요성이 재확인됐다. 오는 26일 워싱턴에서 한·미·일 의원회의가 열려 북핵 및 일본의 대한 경제보복 해법 등이 논의된다고 한다. 북한 핵무기보다 더 심각한 위협이 없다. 문 대통령은 일본과의 징용판결 갈등부터 신속히 수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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