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앞부분에 소개한 독일 부부 사례는 세계 어디에서나 공감받을 듯싶다. 남편 미하엘은 아내 자비네가 마트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소시지를 사는 것을 깜빡 잊은 것에 대해 불같이 화를 냈다. 소시지 하나에 발작을 일으킬 정도로 열을 올리는 게 이상하지만, 미하엘은 그걸 의식하지 못한다. 그의 마음 깊숙한 곳에는 어렸을 때 엄마가 자신의 소망을 진지하게 여기지 않아서 받았던 상처가 남아 있는 탓이다. 아내 자비네는 남편이 화를 내면 자신이 보잘것없는 존재라는 느낌에 사로잡히며 이혼을 생각한다. 어렸을 때 부모를 만족시키지 못해 꾸중을 들으며 느꼈던 감정이 되살아나는 탓이다.
이 사례로 알 수 있는 것은, 사람은 어른이 되어서도 내면에 숨어 있는 어릴 때의 경험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독일의 심리학자인 저자는 이를 ‘내면의 아이’라고 칭한다. 그에 따르면, 우리 무의식에는 세 존재가 있다. 기뻐하는 내면의 아이(햇빛 아이), 상처 입은 내면의 아이(그림자 아이), 내면의 어른.
어른이 되어서도 내면의 그림자 아이에게 사로잡혀 있으면 인간관계에서 큰 어려움을 겪는다. 나는 홀대받는 존재라는 인식 탓에 자존감이 무너져서 쉽게 상처받으며, 인간관계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그것이 주는 기회를 놓치고 불행감에 빠져 지낸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내면의 그림자 아이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조언한다. 어렸을 때 받은 상처를 억누르고 회피하지 말고 똑바로 들여다보면 문제 해결 방법이 생긴다는 것이다. 저자는 수많은 심리 치료 사례를 통해 보통 사람이 내면을 직시하면 자신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며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됐다.
그는 일상에서 다음과 같은 문장을 주문으로 삼으라고 권한다. “나는 지금 모습 그대로고, 지금 이 모습이 나의 전부야.” 자신의 불완전함을 인정하면, 부족한 점을 보완하며 발전해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할 때, 그림자 아이는 긍정적 기운을 주는 햇빛 아이와 함께 자신이 편안하게 의지할 수 있는 심리적 고향을 발견해낸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은 그 고향을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당신은 그런 모습으로 충분히 잘 살아갈 수 있다.” 447쪽, 1만8000원.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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