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겸 작가의 ‘미디어 아트’ 작품 ‘생명의 춤’을 배경으로 러스 로넷(왼쪽부터)과 고상우, 김창겸 작가가 가볍게 퍼포먼스를 펼쳐 보이고 있다. 오른쪽 작은 사진은 오는 31일 미술관 벽에 시연될 미디어 파사드 캡처 화면(위)과 고상우 작가의 디지털 페인팅 작품인 ‘삐에로  사자’.
김창겸 작가의 ‘미디어 아트’ 작품 ‘생명의 춤’을 배경으로 러스 로넷(왼쪽부터)과 고상우, 김창겸 작가가 가볍게 퍼포먼스를 펼쳐 보이고 있다. 오른쪽 작은 사진은 오는 31일 미술관 벽에 시연될 미디어 파사드 캡처 화면(위)과 고상우 작가의 디지털 페인팅 작품인 ‘삐에로 사자’.
멸종위기동물, 예술로 HUG展

고상우·러스 로넷·김창겸 3인
사비나미술관서 특별기획전
디지털페인팅·증강현실·3D로
벽면과 바닥에 ‘생명력’ 표현
환경파괴에 대한 경각심 심어


곰, 사자, 호랑이, 늑대, 여우, 수달, 박쥐, 독수리, 부엉이, 사향노루, 고릴라, 코뿔소 등 각양각색의 동물들이 활보하고 있다. 미술관이 동물원으로 변했다.

서울 은평구 사비나미술관(관장 이명옥)은 고상우, 러스 로넷, 김창겸 등 세 작가가 참여하는 여름 특별기획전 ‘우리 모두는 서로의 운명이다-멸종위기동물, 예술로 HUG’를 오는 11월 3일까지 연다. 초상화 기법과 디지털페인팅 그리고 미디어아트에 의한 동영상으로 미술관 벽면과 바닥에 환생한 동물들은 실제보다 더 실제에 가깝다.

사비나미술관 관계자는 “‘지구 보존을 위한 21세기 미술관의 사회적인 역할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서 기획됐다”며 “타이틀 역시 퓰리처상 수상 시인 메리 올리버의 ‘환경 시’에서 따왔다”고 설명했다. 시에는 ‘머나먼 하늘과 별과 우리 발치의 진흙은 한 가족이다… 소나무, 표범, 플랫 강 그리고 우리 자신, 이 모두가 함께 위험에 처해 있거나 지속 가능한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우리 모두는 서로의 운명이다’라는 표현이 나온다. 유엔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지구 위 생물은 약 800만 종이며 그중 자연환경 파괴와 기후변화로 최대 100만 종에 달하는 동식물이 수십 년 안에 멸종될 위기에 처해 있다.

이번 전시는 국제야생동물보호협회(Global Wildlife Conservation) 등 환경 단체들과 멸종동물에 관한 다양한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러스의 제안으로 출발했다. 세 작가는 멸종위기 동물을 주제로 새로운 작품을 만들기로 뜻을 모았다. 국립생태원에서 자료를 받고 연구원 조언을 들은 뒤 작품을 완성했다.

뉴욕 출신인 러스는 멸종위기 동물을 회화의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동물기념 초상화의 전형을 보여준다. 인간 중심의 환경권 틀을 뛰어넘어 지구생태계 전체를 전일적(Holistic) 관점에서 바라보고 행동하는 실천가로서의 예술철학을 담아냈다.

김창겸 작가는 3D 애니메이션과 영상, 오브젝트를 결합해 생태계 에너지를 표현했다. 미술관 벽면과 바닥에 투영된 영상에는 노루들이 떼 지어 뛰어놀고 만다라 문양 사이로 신비로운 자태의 연꽃이 피어난다.

고상우 작가는 사진과 디지털 일러스트레이션을 혼합 사용한 믹스드 미디어(Mixed-Media) 기법으로 멸종위기 동물의 영혼과 생명력을 포착해냈다. 반전된 동물 사진 위에 디지털 드로잉으로 동물의 움직임이나 표정 그리고 털 한 올 한 올을 되살려냈다. 그리고 동물들의 몸에 하트를 새겨 넣었다. 고 작가는 “마음, 심장, 사랑, 희생, 생명을 상징하는 하트는 생명의 원천이며 인간의 가장 심오한 감정이 깃든 곳”이라며 “사라져 가는 동물들의 몸에 하트를 새겨 그들도 인간처럼 영혼을 가진 사랑스러운 존재라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미술관 한편에서는 증강현실(AR)을 통해 생태계의 파괴를 경험할 수 있고, 자가진단 환경 인식 체크리스트도 마련했다. 국립생태원 자료를 통해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는 아카이브 전시 존도 있다.

오는 31일부터 8월 2일까지 저녁 8시에는 미술관 외벽에 김창겸의 빛의 예술 ‘미디어 파사드’(엡손 협찬)가 등장한다. 미디어 파사드는 건축물의 외관을 뜻하는 ‘파사드’와 ‘미디어’의 합성어로, 건물 외벽을 스크린 삼아 영상을 표현하는 기법이다. 사비나미술관은 건축의 공공성, 예술성, 기술성 등 가치를 구현해 시민 삶의 질을 향상시킨 우수 건축물에 주는 건축계의 권위 있는 상 ‘37회 서울시 건축상’을 받은, 건물 자체가 작품인 아름다운 미술관이다.

글·사진 =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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