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6개월 간 SBS 사극 ‘녹두꽃’ 촬영을 마친 조정석은 쉴 틈도 없이 여름 시장을 겨냥한 영화 ‘엑시트’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잼엔터테인먼트 제공
드라마 ‘녹두꽃’ 영화 ‘엑시트’마친 조정석
배우는 스펀지다. 물기 머금은 스펀지를 쭉 짜낸 후 또다시 적시듯, 배우는 순식간에 이 배역에서 저 배역으로 몸을 적신다. 조정석도 마찬가지다. 이달 초 개화기를 다룬 SBS 드라마 ‘녹두꽃’에서 의병을 연기한 그는 숨 돌릴 틈도 없이, 여름 성수기를 겨냥한 영화 ‘엑시트’(감독 이상근)에서는 재난 상황을 타개해 가는 청년 백수로 관객과 만난다.
완전히 결이 다른 두 캐릭터다. 질펀한 호남 사투리를 쓰던 동학군 별동대장은 어느새 쓰레기 비닐 봉투를 뒤집어쓴 채 작정하고 관객을 웃긴다. ‘두 얼굴의 조정석’이라 불릴 만하다. 지난해 10월 가수 거미와 결혼 후 신혼의 단꿈을 꿔도 좋으련만, 그는 요즘 ‘거미가 아니라 일과 결혼한 거 아니냐’는 농담을 들을 정도로 분주하다.
―‘녹두꽃’은 동학농민운동을 다뤘는데, 전봉준이 아닌 민초 역할을 맡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선량한 백성 백이강을 연기했어요. 전봉준 역을 맡지 않아 오히려 좋았죠. 민초들의 삶을 경험하고 그들의 시각에서 그 시대를 바라보는 관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거시기’에서 ‘백이강’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면서 책임감도 생겼죠.”
―‘엑시트’ 홍보 인터뷰도 곧 해야 하는데, 굳이 ‘녹두꽃’을 마친 후 언론 인터뷰를 자청한 이유는.
“그만큼 애정이 큰 작품이었으니까요. ‘녹두꽃’에 참여하는 모두가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고 작품이 주는 의미를 짚으며 힘을 더 얻었던 것 같아요. 6개월간 사극을 찍는 게 쉽지 않았는데 마치면서 아주 시원하다고 느꼈어요. 그만큼 모든 것을 쏟아부은 작품이었죠. 특히 ‘사람은 다 귀하다’는 대사가 뭉클했어요. 백이강이 하늘과 땅에 대해 얘기하다 ‘하늘이 있으면 땅이 있는 법이다. 하늘도 귀하고 땅도 귀한 거다. 윗사람 귀하면 아랫사람도 귀한 거 아닌가’라고 말했어요. 이 드라마의 의미이자 교훈이기도 하죠.”
―대도시에 유독가스가 퍼지는 재난 상황에서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엑시트’ 역시 또 다른 의미에서 ‘사람이 귀하다’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엑시트’는 여름하고 딱 맞는 영화예요. 영화를 보면서 ‘내가 저렇게 뛰고, 날고, 올라갔구나’ 생각했죠. 와이어 액션뿐 아니라 클라이밍도 연습했어요. (웃으며) 와이어의 도움도 많이 받았죠.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워요.”
―극장가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디즈니 영화 ‘라이온 킹’ 외에도 여러 작품을 함께 한 송강호와도 싸워야 한다. 부담은 없나.
“그런(싸운다) 식으로 접근하면 실망도 커질 거 같아요. 그보다는 ‘상생한다’는 느낌이 어떨까요? 그런데 영화의 색이 달라요. 관객 입장에서는 ‘골라 먹는 재미’가 있지 않을까요? 그래도 우리 영화가 더 잘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에요.”
―2012년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납득이’ 역을 맡은 이후 승승장구하고 있다. 영화·드라마·뮤지컬 등 쉼 없이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연기가 너무 재미있어요. 평소 대화를 나눌 때도 제가 어떤 상황을 재연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주변에서 ‘연기를 쉬라’는 말을 들을 정도죠. 물론 그렇게 말하는 건 제 습관이죠. 이렇게 인터뷰를 하면서 제가 출연한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과정도 즐거워요.”
―올해 불혹에 접어들었다. 30대를 마무리하고 40대를 여는 작품으로 ‘녹두꽃’과 ‘엑시트’는 어떤 의미인가.
“어느새 마흔이 됐어요. 그렇다고 더 깊어지거나 묵직해져야 한다는 욕심이나 욕망은 딱히 없어요. ‘더 깊어져야겠다’는 생각보다 배우로서 또 다른 색을 띠는 연기를 보여드릴 기회를 많이 얻으면 좋겠다는 것이 바람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녹두꽃’과 ‘엑시트’는 좋은 시기에 만난 좋은 작품인 것 같아요. 저는 늘 저를 변주하고 싶어요. 그래서인지 제가 언제 어떤 작품을 하게 될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