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규 논설위원

닭고기와 무 조각을 함께 넣고 끓인 맑은장국의 평양 이름은 닭국, 곧 계탕이다. 우리 사회에선 흔한 약재 인삼이 빠져 있다. 대신, 잡아서 손질한 닭의 배에 찹쌀이나 잉어를 넣고 푹 곤 찹쌀닭곰과 잉어닭곰이 있긴 하다. 먹거리가 변변찮은 식탁 사정이 잘 드러나는 북한의 닭요리들이다. 이러한 북한 닭죽이나 닭곰과는 급이 다른 우리의 삼계탕에는 닭 내장 대신 밤과 대추·찹쌀 그리고 인삼이 들어간다. 여기에다 황기·당귀와 감초까지 넣어 약성을 높이고 잡내를 제거하니, 닭요리라기보다 한약탕에 닭을 추가 약재로 넣은 것 같다.

예전에는, 한평생을 두고 늘 어려운 손님으로 맞이한다는 ‘백년손님’(사위)이 온다고 하면 씨암탉을 잡는다는 말이 따라붙었다. 이때의 씨암탉 요리는 주로 백숙이다. 아무런 양념도 하지 않고 닭을 맹물에 푹 삶아 익힌 것으로, 소금으로 간을 맞춰 먹는다. 잡아 요리할 만한 닭이 없으면 귀한 씨닭도 마다하지 않고 잡아 대접한다는 장모님의 정 깊은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고단백질 닭고기 먹고 건강한 신체로 다복한 가정을 이루기를 바라는 마음, 새벽 울음으로 잡귀를 물리친다는 닭의 기운을 받으라는 염원이 담긴 기복축사(祈福逐邪)의 문화이다.

요즈음 우리 사회에 연중무휴 주식이나 부식으로, 때로는 안주로 영양을 돕고 기분을 돋우는 닭요리가 있다. 그 이름은 치킨. 방송 드라마에서 시작된 맥주와의 ‘환상’ 궁합이 배달 문화로 이어지면서 안방에서도 언제나 즐기는 음식이다. 삼계탕·백숙이란 한자어 이름에 이어 등장한 찜닭·통닭 같은 우리말 요리를 밀어내고 단연 검색어 으뜸 자리를 꿰어찼다. 언어 세력도 입맛에 따라 부침한다. 삼계탕이 삼복 한철 용어라면 치킨은 사계절 검색 용어임이 말해준다.

남부 지방에 물 폭탄을 쏟은 제5호 태풍 ‘다나스’가 소멸되고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된다. 오늘이 중복이니 말복까지만 해도 20일이나 남았다. 대지의 수분이 증발하면서 푹푹 찌는 더위다. 취업대란과 폐업 도미노를 극복하려면 건강이라도 지키는 수밖에. 대낮 폭염과 열대야 속에 땀으로 방출된 에너지를, 한 그릇 삼계탕이나 한 접시 치킨으로 충전할 수 있다면 소소한 행복이겠다. 다만, 성인을 기준으로 하루 평균 필요한 단백질 섭취량은 여성 55g, 남성 70g 정도라고 한다. 그중 동물성은 3분의 1가량이란 점에 주의할 것.
황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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