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를 보고 개를 찾는 것이 아직 늦은 일이 아니고, 양을 잃고 우리를 보수하는 것이 아직 늦은 일은 아닙니다.
한나라 초기의 유향(劉向)이 편집한 ‘전국책(戰國策)’의 초책(楚策)에 나오는 고사다. 전국시대 말 초나라 양왕(襄王)이 향락에 빠져 정사를 돌보지 않자 충신 장신(莊辛)이 장차 초나라가 크게 위험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왕이 노발대발하자 장신은 잠시 조나라에 피신하게 해 달라고 청했다. 과연 몇 달 뒤 진나라가 침공해 초나라 수도가 함락되고 말았다. 양왕은 황급히 다른 지역으로 피신한 뒤 과거의 잘못을 크게 후회하면서 장신을 다시 불러 대책을 물었다. 그때 장신은 위 구절을 언급하면서 지금이라도 정신 차려 국사에 전념하면 버틸 수 있음을 강조했고, 양왕도 그의 충언에 힘을 내어 국난의 위기를 극복했다.
우리 속담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듯이, 사건이 일어난 뒤에 수습하려고 하지만 때 늦은 경우가 많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정신으로 평소에 잘 대비하는 것이 가장 좋은 일이지만, 위기가 발생한 뒤라도 제대로 대오각성해 잘 수습하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계기로 더욱 발전하는 경우도 있다.
일본의 수출 제한 조치 문제가 연일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근래 한국의 산업이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첨단 소재나 기술 영역에서는 아직도 일본에 의존하고 있는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번 일본의 조치에 우리가 큰 당혹감과 위기감을 느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 산업구조의 취약점을 잘 파악해 미리 대비하지 못한 것은 분명 큰 잘못이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기초과학을 발전시키고 산업구조를 개선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상명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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