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설치 전략조정지원반
반장 맡았던 외교전략기획관
외부 공모직 3년임기 돼 퇴임
후임없이 ‘유명무실조직’우려

駐日 경제공사도 넉달째 공석
美中갈등·日보복 대응 부실


미·중 무역갈등 등 국제정세 급변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6월 외교부 내에 꾸려진 ‘전략조정지원반’이 설치 한 달 만에 반장 공석 상태를 맞게 됐다. 반장을 맡았던 외교전략기획관(국장급)이 이달 중순 퇴임했지만, 후임자 인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주일 한국대사관 경제공사는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에도 4개월째 공석이다. 외교전의 최전선에 구멍이 뚫린 것으로, 뚜렷한 외교전략 없이 악재가 터질 때마다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하는 ‘뒷북 외교’가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외교부에 따르면 전략조정지원반의 반장을 겸임했던 외교전략기획관은 이달 중순 3년 임기를 마친 뒤 퇴임했다. 외부 공모직이었던 외교전략기획관의 임기 만료는 이미 예정된 일이었다. 외교부가 한 달 뒤 자리를 떠날 인사에게 신설 조직의 장을 맡긴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외교부 내 지원반이 설치된 것은 오사카(大阪)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국의 화웨이 보이콧 동참 요구가 거세지면서다. 미·중 사이에서 모호한 입장을 고수하는 전략을 추진하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심화하자, 이낙연 국무총리의 지시 등으로 급하게 조직이 만들어졌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새 조직이 신설된 만큼, 미·중 갈등 사이에서 선제적인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이 많았다.

하지만 전략조정지원반이 출범 한 달 만에 책임자 공석 사태가 빚어지면서 유명무실한 조직으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외교전략기획관의 후임 채용 공고조차 진행되지 않은 상황이라 반장 공백 상태는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7명의 반원 모두 기존 업무를 계속하는 외교부 직원들이라는 점에서 조직이 제대로 가동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6개월 한시 조직으로 출발한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외교부는 전략조정지원반 설치 훈령에 “설치 목적을 달성했을 경우는 즉시 폐지하고, 최대로 운영할 수 있는 기간은 최초 설치일로부터 6개월로 한다”고 규정했다. 한 외교 인사는 “G20 이후 다소 소강상태지만 미·중 갈등은 장기화할 것이고 이른 시일 내에 한국이 또 한 번 선택의 파고에 휘말리게 될 것”이라며 “일이 터지면 그때그때 대응하는 방식으로는 파고를 넘을 수 없다”고 조언했다.

지원반 출범 후 지난 5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주재한 ‘1차 외교전략조정회의’에서도 정부의 뒷북 외교 패턴이 또 한 번 반복됐다. 당초 미·중 갈등에 대응한다는 취지에서 열린 회의였지만, 1일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를 전격 발표하면서 한·일 갈등으로 불길이 옮겨붙은 상황이었다. 외교부는 회의 직후 보도자료에서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한 대응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회의에 참석한 한 학계 인사는 “미·중 경쟁 갈등이 의제였고 일본 문제는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
김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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