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대 향한 ‘백색테러’… 부상자 속출

전철역에 괴한들 난입해 폭행
금속막대·각목 등 마구 휘둘러

일부 시위대는 中 휘장에 먹칠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의 대규모 도심 시위가 계속되면서 곳곳에서 충돌과 폭력 사태가 발생했다. 친중파들의 소행으로 보이는 ‘백색테러’로 부상자가 속출하는가 하면, 일부 시위대는 중국 국가 휘장을 먹칠해 극심한 반중국 정서를 표출했다.

2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송환법 반대 집회가 열린 21일 밤 홍콩의 한 전철역에서 흰옷을 입은 정체불명의 남성들이 각목 등으로 시민들을 마구잡이로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홍콩 SNS에는 위안랑(元朗) 전철역에서 벌어진 폭력 사태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급속히 퍼지고 있다. 흰 상의를 입고 마스크를 쓴 다수의 건장한 남성은 이날 밤 6시쯤부터 위안랑 역 근처를 배회하다가 밤 11시쯤 갑자기 역사에 들이닥쳐 금속 막대기와 각목 등을 휘두르며 시민들을 무차별 공격했다.

현지 언론들은 “이들이 주로 검은 옷을 입은 송환법 반대 시위 참여자들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고 전하면서 송환법 반대 시위에 불만을 품은 친중파의 소행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SCMP는 “이들이 폭력조직인 삼합회 조직원들로 보였다”고 전했다. 흰옷을 입은 남성들이 시민들을 마구 때리면서 역사는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흰옷 남성들의 폭력 행위는 경찰관들이 도착할 때까지 30여 분간 계속됐다.

앞서 이날 오후 3시 빅토리아 공원에서 송환법 반대 시위가 주최 측 추산 43만여 명(경찰 측 추산 13만8000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대체로 평화적인 집회가 이어졌지만, 일부 시위대는 경찰의 저지선을 뚫고 도로를 점거한 채 대법원 청사와 정부청사 방향까지 나아가면서 해산에 나선 경찰과 시위대가 곳곳에서 충돌해 부상자가 속출했다.

시위대는 경찰에 벽돌 등을 던지면서 맞섰고 경찰은 최소 수십 발의 최루탄을 쏘면서 진압에 나섰다. 이들은 처음으로 중국 정부를 대표하는 기관에 몰려가 국가 상징물인 휘장에 먹칠하는 등 강한 반중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베이징 = 김충남 특파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