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3억·주거제한 조건으로
양승태측 “조건부 보석은 거부”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구속 기소된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사진) 전 대법원장에 대해 법원이 22일 직권으로 보석을 결정했다. 올해 1월 24일 구속된 양 전 대법원장은 179일 만에 석방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는 이날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해 직권 보석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양 전 대법원장이 불구속 재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다만 8월 10일 밤 12시 1심 구속기간 만료를 앞두고 있는 상태였던 양 전 대법원장이 보석을 거부할 소지도 남아 있다.
이날 재판부는 직권보석조건으로 보증금 3억 원과 주거지 제한, 가족외 접근금지를 내걸었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조만간 구속기간이 끝나 풀려날 수 있는 만큼 보석이 아닌 석방을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보석 여부에 대해 검찰과 변호인 측의 의견은 갈렸다. 변호인 측은 “현재 구속 기간을 불과 3주가량 남겨놓은 시점에서 적절한 때에 구속 기간 만료에 따른 석방이 되는 것이 가장 원칙적인 처리 방법”이라고 밝혔다.
또 “구속 취소 결정(구속기간 만료에 따른 석방) 또는 그와 거의 동일한 내용의 직권보석 결정을 해주시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반면 검찰은 의견서를 통해 “양 전 대법원장을 보석으로 석방하되 증거인멸 우려를 최소화할 수 있는 합리적 보석 조건을 부여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다”면서 “증거인멸 금지 서약, 보증금 납입, 주거지 및 해외 출국 제한, 가족이나 변호사 외 인물 접촉 금지 등과 같은 보석 조건이 부과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법조계에서는 구속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재판부가 직권으로 보석 결정을 내린 것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조치로 보고 있다. 한 변호사는 “피해자를 찾아가 괴롭히는 강력범죄자도 아니고 자연스럽게 석방될 양 전 대법원장에게 조건이 달린 보석 결정을 내놓는 것은 여론을 의식한 처사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초반에 피고인이 보석 신청을 했을 때 거절하던 재판부가 이제 와서 보석결정을 내리는 게 이해가 되질 않는다”고 비판했다.
기소 이후 심리 속도가 더디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재판부는 지난 19일 밤 자정 가까이 야간 재판을 진행했고, 양 전 대법원장이 두통을 호소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퇴정명령을 해달라”고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양 전 대법원장 측 변호인 역시 “최소한 소송관계인의 동의가 있어야 야간 진행이 되는 걸로 안다”며 언제까지 재판을 진행하는지 예상할 수 있게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양 전 대법원장 변호인 측 반대신문은 시작하지도 못한 채 다음달 5일 오전 10시 법원행정처 기획심의관 출신인 김모 창원지법 마산지원 부장판사를 다시 증인으로 불러 진술을 듣기로 했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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