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에칭가스 등 수출 승인 ‘0’
기업들 원자재 확보 총력대응
업계 “생산 공정 차질 불가피”


일본의 대(對)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 3개 소재 수출 제한 조치가 19일째에 접어들면서 관련 기업들이 가용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 최고위급 인사가 잇따라 일본을 찾아 현지 상황을 살피며 수급 대응을 짜는 한편, 대체재에 대한 적합성 테스트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는 21일 반도체 원자재 확보 방안을 찾기 위해 급히 일본으로 떠났다. 이 대표는 현지에서 일본 정부의 소재 수출 규제와 관련해 협력업체 경영진을 접촉, 원자재 수급 방안을 논의한다. 일본 정부가 다음 달 말부터 수출심사 우대 대상인 ‘화이트 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할 경우 대응책도 찾을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김동섭 대외협력총괄사장이 16∼18일 일본을 찾았지만, 사태가 길어지자 그동안 긴박한 국내현안을 챙기던 이 대표가 직접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18일 제주에서 열린 대한상의 포럼에서 후속대책 마련 여부에 대해 “일본에 갈 일이 생기면 우리가 도울 일은 돕고 우리가 필요한 일은 도움을 받는 일을 계속 찾아 나가겠다”고 답했다. SK하이닉스 수뇌부의 연쇄 방일은 수출 제한 조치가 오래가면 재고가 부족한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부터 반도체 생산 공정에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음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일 수출제한 조치 이후 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에 대해 단 한 건도 수출 승인을 내주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모두 지금은 당장 생산 차질을 빚지 않을 정도의 에칭가스만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국내산을 포함해 중국산, 대만산 등의 에칭 가스를 투입할 수 있을지 테스트 절차를 밟고 있다. LG디스플레이의 액정표시장치(LCD) 공정에서는 이미 국내산 불화수소를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공정은 공급사 교체 시 2∼3개월의 테스트 기간이 필요하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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