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수구대표팀이 22일 오전 광주 남부대수구경기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쿠바와의 15∼16위 결정전을 마친 후 관중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일부 선수는 눈물을 감추고 있다.  뉴시스
한국 여자수구대표팀이 22일 오전 광주 남부대수구경기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쿠바와의 15∼16위 결정전을 마친 후 관중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일부 선수는 눈물을 감추고 있다. 뉴시스
女수구, 최종전 쿠바에 0-30
51일간의 아름다운 동행 마감
0·1·2·3·0 초라한 득점에도
한 골 한 골마다 관중 박수갈채

“언제라도 다시 도전하고파”
정들었던 선수들 아쉬운 작별


외롭고 험난했던, 하지만 아름다운 51일간의 동행이 마침표를 찍었다.

사상 처음으로 구성된 한국 여자수구대표팀이 22일 오전 광주 남부대수구경기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쿠바와의 15∼16위 결정전에서 0-30으로 패했다.

이번 세계선수권에 출전한 16개국 중 꼴찌. 하지만 여자대표팀에겐 박수갈채가 쏟아졌고, 대표팀 멤버들은 부둥켜안으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여자대표팀의 성적표는 ‘F’에 비유할 수 있다. B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헝가리와 0-64, 2차전에서 러시아에 1-30, 3차전에서 캐나다에 2-22로 크게 패했다. 순위결정전에서도 마찬가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3-26으로 패한 데 이어 쿠바에 30점 차로 완패했다. 이번 대회 최종 성적은 5패, 172실점 6득점이다. 여자수구대표팀과 한 조에 속한 헝가리는 세계랭킹 4위, 러시아는 2위, 캐나다는 8위. 쟁쟁한 수구강국 틈바구니에 끼었기에 ‘달걀로 바위치기’에 비유됐다. 사상 첫 대한민국 여자대표팀이 1골을 이번 대회의 목표로 정했던 이유. 하지만 대표팀은 조별리그 3게임에서 3득점을 올렸고 순위결정전에선 3골을 넣었다.

한국 여자수구는 개최국 자격으로 세계무대에 데뷔했다. 단체, 구기종목이기에 북한과의 단일팀을 구성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지만 북측에선 아무런 반응이 없었고, 할 수 없이 지난 5월에야 대표팀을 꾸렸다. 대한수영연맹은 대표팀을 공개 모집했고, 경영 선수 30명이 응시해 13명이 뽑혔다. 그리고 지난 6월 2일 진천선수촌에 입촌했다. 훈련환경은 열악했다. 국내 여자수구팀이 없기에 남자고등부와 연습경기를 치렀다. 기본기마저 익히기에 버거웠지만, 여자대표팀은 투지를 불살랐다.

가슴 깊은 곳을 울리는 감동을 전한 여자대표팀은 이제 뿔뿔이 흩어진다. 여자대표팀은 세계선수권을 위한 한시적인 조직이었기 때문.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고, 그래서 여자대표팀이 존속한다면 국제 경쟁력을 키워 아시아권 정상, 세계무대에서 중상위권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여자대표팀 13명 중 11명이 중고등학생이고, 수구를 배운 지 두 달도 안 됐다. 제대로 훈련한다면 경기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경영이 주 종목인 대표팀 멤버들은 여자수구에 강한 애착을 지니고 있다. 경기를 마친 뒤 김예진(18·창덕여고)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10년을 함께한 것처럼 많은 정이 들었기에 속상하다”며 “경영 선수로 복귀하지만 다시 기회가 주어지면 언제라도 수구대표팀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눈물을 글썽인 라이언 하나윤(15·서현중)은 “시작하자마자 헤어지게 돼 아쉬움이 크다”며 “오는 31일 미국으로 돌아가는데 미국에서 수구팀을 찾아 계속 훈련하고, 대표팀이 꾸려지게 되면 다시 도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다행스럽게도 수영연맹은 여자수구대표팀 존속 방안을 찾고 있다. 이상원 수영연맹 수구이사는 “이번 세계선수권 출전 선수들을 중심으로 대표팀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지속해서 국제대회에 참여하기 위해선 주기적으로 대표팀을 소집해 손발을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자수구는 세계무대 활약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아시아 국가 중 세계 톱 10에 중국이 6위, 일본이 9위에 끼어있다. 이번 세계선수권에선 중국이 D조 3위, 카자흐스탄(13위)이 C조 3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해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세계선수권엔 16개국이 출전해 4개국씩 4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진행, 각 조 1위는 8강으로 직행하고 2∼3위는 플레이오프로 8강 합류를 결정한다.

이 이사는 “남자수구에서 아시아국가는 (신체조건 때문에) 세계무대에 진입하기 쉽지 않다. 여자수구는 그러나 노력을 기울이면 가능하다”며 “조금만 더 매진하면 아시아권에선 정상을 다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이사는 또 “희망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선 활성화 방안을 찾고 수영연맹이 지원해서 꾸준히 국제무대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광주=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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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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