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바닥 모를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올 들어 1∼4월 한국의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 감소해 세계 10대 수출국 중에서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이 때문에 지난해 수출 규모로 세계 6위였던 한국은 프랑스에 밀려 7위로 내려앉았다. 그나마 이는 앞으로 예상되는 충격과 비교하면 ‘수출 절벽의 시작’에 불과하다. 일본 정부가 지난 4일 반도체·디스플레이용 소재의 수출 제한에 나선 데 이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 제외를 강행할 경우 자동차·배터리 등 1100여 품목이 영향을 받아 이들 소재·부품을 활용한 수출산업 전반이 설상가상의 치명적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해 우리 경제성장률(2.7%)에서 수출 기여도가 63%(1.7%포인트)에 달할 정도로 수출은 한국경제의 사활을 좌우한다. 모건스탠리는 일본의 수출규제 충격을 감안해 한국 경제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2→1.8%로 확 낮췄을 정도다. 비상한 상황에선 정부의 대응책 역시 비상해야 한다. 외교적으로 문제를 신속히 해결하는 것과 별개로, 그동안 기업들을 옥죄며 수출감소국 1위를 사실상 자초해온 정책들에 대한 전면 재검토에 나서야 한다. 노동비용 상승으로 수출 경쟁력을 갉아먹어온 최저임금은 단순한 속도조절을 넘어 업종·규모별 차등화 등 근본 체계를 손봐야 한다.

말로만 소재 국산화를 외칠 게 아니라, 일본 의존도가 높은 화학물질의 개발을 가로막아온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 등 관련 규제의 폐기도 즉시 검토해야 한다. 지난 주말 국회에서 무산된 주 52시간제 시행에 따른 탄력근로제 확대 역시 특례업종과 선택근로제 확대를 포함해 전면적으로 보완하는 일이 시급하다. 더 이상 기업 현장의 비명을 외면해선 안 된다. 지금까지의 수출 절벽과는 비교도 안 될 재앙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그릇된 반(反)기업 정책을 고집한다면, 이는 경제 자해(自害)이자 국익 파괴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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